이 기사는 06월 22일 13:5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이 국내주식·국내채권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전주에 업무 거점을 둔 운용사에 가점을 주기로 했다. 대체투자와 외국계 금융회사 중심으로 이어지던 금융회사들의 ‘전주행’이 국내 전통자산 운용사로 확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19일 공개한 국내주식·국내채권 위탁운용사 선정기준에 ‘대고객 커뮤니케이션’ 항목을 신설했다. 배점은 1점이며 평가 방법은 ‘기금운용본부 소재지 거점’으로 명시했다. 전북 전주에 있는 기금운용본부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현지 사무소 등 업무 거점을 둔 운용사에 가점을 주겠다는 취지다.
지난 5일자로 개정된 이번 기준은 국내주식과 국내채권 위탁운용사 평가에 소재지 관련 요소를 처음 반영한 것이다. 국내주식은 경영 안정성과 운용 조직·인력, 운용 성과, 운용 전략·프로세스, 위험관리, 제안 수수료 등 기본평가 100점에 책임투자 2점과 전주 거점 1점을 가점으로 준다. 국내채권도 기본평가 100점 외에 책임투자 2점, 전주 거점 1점을 별도로 반영한다.
운용업계에서는 1점의 가점도 위탁운용사 선정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경쟁에서는 운용성과와 전문인력, 투자전략 등이 비슷한 회사들이 맞붙어 근소한 점수 차로 순위가 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운용 실적이나 인력은 단기간에 보강하기 어렵지만 전주 거점은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마련할 수 있어 위탁자금 수주를 노리는 운용사들의 사무소 개설 검토가 잇따를 가능성이 있다.
이번 조치는 국민연금의 전주 금융생태계 조성 전략이 국내 전통자산 분야로 확대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주요 위탁운용사와 거래 금융회사에 기금운용본부 인근 거점 마련을 독려해왔다. 이번에는 권고에 그치지 않고 국내주식·채권 위탁자금 배분과 연결되는 공식 평가 기준으로 제도화했다.
다만 거점 인정 범위와 운영 요건은 추가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사나 정식 지점뿐 아니라 연락사무소와 공유오피스도 인정되는지, 상주 인력이나 최소 운영기간을 요구하는지에 따라 운용사들의 대응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기준이 느슨하면 주소지만 둔 형식적인 사무소가 늘 수 있고, 전주 거점을 운영할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 운용사에는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인프라 등 대체투자 분야에서는 이미 금융회사들의 전주행이 활발하다. 국내 대표 부동산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마스턴투자운용·코람코 등 이른바 ‘이·마·코’가 전주에 사무소를 운영하거나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대체투자·자산운용사인 스타우드캐피털과 블랙록 등 해외 대형 운용사들도 전주에 거점을 마련했거나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선정 경쟁에서 1점은 결코 작은 점수가 아니다”며 “대체투자 운용사뿐 아니라 국내주식과 채권을 운용하는 회사들도 전주에 사무소를 둘 필요가 있는지 본격적으로 따져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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