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시설에서 마약 사용 추적하는 美…사생활 침해 논란도

입력 2026-06-23 09:05   수정 2026-06-23 09:09

하수시설에서 마약 사용 추적하는 美…사생활 침해 논란도



미국의 도시와 학교들이 불법 약물 사용을 확인하기 위해 하수를 검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연방 차원의 하수 보고 기준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등 힘을 싣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생활 침해, 낙인 효과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시는 약물의 지역사회 침투를 막기 위해 하수를 채취해 분석하고 있다. 지난 4월 27일에는 사람의 살을 괴사시킬 수 있는 자일라진이 제4 수거 구역에서 검출됐고, 지난달 11일에는 제6 수거 구역에서 펜타닐 수치가 급증했다. 템피시는 이 같은 결과를 대중에 공개함으로써 시민과 응급의료 대응 인력에 경고하고 있다.

하수를 통해 약물 사용을 감시하는 것은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코로나바이러스를 추적하는 데 활용된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19세기 영국 런던에서 콜레라를 억제하려던 시도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템피시뿐 아니라 미주리주와 뉴멕시코주의 고등학교, 켄터키주의 트럭 휴게소,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슈퍼볼과 마디그라 행사장에서도 하수 시료가 채취된 바 있다. NYT에 따르면 최소 5개 주에서 이러한 사업에 예산을 지원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달에는 백악관 국가마약통제정책국이 하수 감시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불법 약물 사용과 유통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달 발표한 마약 정책 보고서에서는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같은 감염병을 추적하는 국가 감시체계와 유사한 연방 차원의 하수 보고 기준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9월 하수 역학 전문기업 ‘바이오봇 애널리틱스’와 계약을 맺고 1년간 미국 전역 약 100개 지점에서 20가지 물질을 추적하는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약물 감시를 놓고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역사회 단체들과 일부 법률·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주민의 동의 없이 검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검사 대상으로 지정된 지역에 낙인이 찍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찰을 비롯한 일부 자료 수집기관이 검사 결과나 활용 계획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반발을 키운다. 테네시주 녹스빌에서 형사 전문 변호사로 일하는 돈 보시는 지역 방송사 인터뷰에서 “두려운 빅브라더식 감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수 수색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법률 전문가 주장도 나온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1988년 사람들이 쓰레기를 자발적으로 길가에 내놓으면 그 쓰레기에 대한 사생활 보호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본다고 판결한 바 있다. 같은 논리를 적용하면 변기의 물을 내리는 목적도 자신의 배설물을 버리는 데 있다는 해석이다.

하수 검사를 통해 약물의 출처를 특정 개인이나 화장실, 주택 등으로 좁히는 것은 어렵다. 다만, 새롭게 나타나는 약물의 사용 추세를 파악하는 것은 가능하다. 올해 미주리주 고등학교 37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범 검사에서는 26개 학교에서 ‘니타젠’이라는 강력한 신종 합성 오피오이드 계열 마약이 검출됐다. 인체에서 배출된 펜타닐 대사산물과 압수를 피하기 위해 변기에 통째로 버린 펜타닐을 구별하는 것도 가능하다.

합법적인 약물 사용까지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미주리주의 한 학교에서는 처방용 오피오이드인 하이드로코돈이 검출된 사례가 있다. 이 약물은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과 함께 알약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일부 교사는 자신이 처방받은 진통제에 해당 약물이 포함돼 있음을 연구진에 밝히기도 했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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