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집안일 해드려요"…3만원 주고 시켰더니 '황당' [테크로그]

입력 2026-06-23 20:00   수정 2026-06-23 20:10

"로봇이 집안일 해드려요"…3만원 주고 시켰더니 '황당' [테크로그]

오븐에 크루아상을 넣은 다음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낸다.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건조가 끝난 옷을 접어 쌓는다. 올해 전 세계 로봇·가전 업계에선 가사노동을 대신하는 이른바 '집사 로봇'을 둘러싼 기술 경쟁이 한창이다. 로봇청소기가 바닥 청소만 대신했다면 집사 로봇은 어떤 집안일을 해야 하는지 직접 판단하고 움직이는 것이 결정적 차이다.

다만 아직은 시범 도입 단계에 가깝다. 올해 공개된 제품들은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가정에서 사람 대신 집안일을 안정적으로 처리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다. 로봇청소기·잔디깎이 로봇·창문청소 로봇처럼 특정 작업을 반복하는 제품은 시장이 형성됐지만 범용 가사 로봇은 갓 공개되거나 출시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중국 기업 중심으로 '가정용 로봇' 연이어 출시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가정용 로봇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피지컬 AI'와 '제로 레이버 홈'으로 요약된다. 두 팔과 양손, 카메라, 센서, 비전·언어·행동(VLA) 모델을 활용한 범용 로봇 개발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특히 중국 업체들 움직임이 빠르다. 중국 유닉스 AI는 지난 2월 바퀴형 몸체와 양팔을 갖춘 가정용 로봇 '팬서'를 공개했다. 팬서는 침대 정리, 아침식사 준비, 주방·화장실 청소, 물건 정리 등을 수행한다. 지난 4월엔 실제 가정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중국 로봇 기업 기가AI도 지난달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 '시라이트 S1'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요리, 세탁, 옷 개기, 침대 정리 같은 작업을 수행한다. 회사는 직원들 집과 중국 후베이성 우한 지역 주거공간에 100대를 배치해 시험하고 있다.

한·미 기업들도 참전…소셜미디어선 화제성↑
국내 업체 중에선 LG전자가 지난 1월 CES 2026에서 AI 홈로봇 '클로이드'를 공개하며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클로이드는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고 오븐에 음식을 넣거나 세탁을 시작한 뒤 건조된 옷을 접어 쌓는 시연을 했다. LG 씽큐 생태계와 연동해 기존 가전을 조작하는 방식이다.

미국 스위치봇도 CES 2026에서 가정용 AI 로봇 '오네로 H1'을 공개했다. 오네로 H1은 22개 자유도와 온디바이스 기반 옴니센스 VLA 모델을 갖춘 제품이다. 시각 정보, 깊이 인식, 촉각 피드백을 결합해 잡기·밀기·열기·정리 같은 동작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소셜미디어(SNS)상에서도 가정용 로봇 영상들이 화제가 됐다. 유닉스AI가 지난 3월 말 유튜브에 공개한 팬서 영상은 최근 조회수 230만회를 돌파했다. LG 클로이드와 스위치봇 오네로 H1도 유튜브 쇼츠·인스타그램 릴스를 중심으로 확산했다. 다만 현장 영상에는 움직임이 느리거나 작업 결과물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도 나왔다.

'가정집' 공간 자체가 난관…전체 작업 성공률 16%
가정용 로봇의 최대 난관은 집이라는 공간 자체에 있다. 집은 매번 내부 상태가 다르다. 옷은 제각각 구겨져 있고 컵과 접시는 매일 다른 위치에 놓인다. 로봇이 집안일을 하려면 작업 순서 판단, 공간 기억, 실패 복구, 충돌 회피 등을 구현해야 한다.

지난달 공개된 벤치마크 결과에서도 이 같은 한계가 드러났다. 중국과학원·중관촌 아카데미 소속 연구진은 장기 가정업무 수행을 평가하는 벤치마크(LongAct)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에선 실물 로봇의 손동작 자체보다 장시간 가사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명령 이해, 작업 순서 판단, 공간 기억, 실패 복구 같은 고수준 계획·추론 능력을 평가했다. 연구진은 오픈AI의 GPT-5와 GPT-5-미니, 알리바바의 큐웬3-VL 계열을 측정했다.

연구 결과 실험 대상 중 가장 좋은 성능을 보인 GPT-5 기반 에이전트도 목표 완료율은 59%, 전체 작업 성공률은 16%에 그쳤다. 알리바바 클라우드 큐웬3-VL-32B 기반 에이전트도 목표 완료율 51.2%, 전체 작업 성공률 15%를 기록했다. 글로벌 AI 기업의 상위 모델을 결합해도 장시간 가사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수하는 비율은 저조했다.

이는 가정용 로봇 경쟁이 로봇 팔을 붙이거나 AI 모델 크기를 키우는 문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식탁을 정리한 뒤 세탁물을 세탁기에 넣고 거실을 치워 달라"는 식의 긴 명령은 로봇에겐 여러 하위 작업을 순서대로 나눠 처리해야 하는 고난도 과제다. 사람에겐 익숙한 반복 노동인 집안일이 로봇 입장에선 계획·기억·판단·조작이 결합된 복합 작업인 셈이다.

가정용 로봇 출하량 20% 증가…장기 성장 '주목'
실제 서비스 실험에서도 한계가 포착됐다. 중국 로봇 기업 엑스스퀘어로봇은 생활서비스 플랫폼 58닷컴과 손잡고 선전에서 로봇 가정 청소 서비스를 시범 출시했는데 여기에 '인간 청소부'를 함께 투입한다. 3시간 기준 요금은 149위안(약 3만3000원). 인간 청소부도 같이 청소하면서 로봇이 물건을 엉뚱한 곳에 둘 경우 개입한다.

개인정보와 안전 문제도 과제다. 가정용 로봇은 카메라, 마이크, 공간지도, 생활 패턴 데이터를 활용한다. 원격 제어와 학습이 결합되면 사생활 침해 우려가 커지고 충돌 회피 같은 안전 기준도 필요하다.

당장은 로봇청소기 같은 특화형 로봇이 시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전 세계 가정용 청소 로봇 출하량은 3272만대로 전년보다 20.1% 증가했다. 범용 가사 로봇이 소비자 시장을 개척하기 전까진 로봇청소기, 잔디깎이 로봇, 창문청소 로봇 등이 시장을 지탱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가정용 로봇은 누가 더 사람처럼 보이는 로봇을 만드느냐보다 누가 실제 집안일 시간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중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가전과 연동해 집안일 전체를 조율하는 로봇이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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