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클라우드·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지난 1년 동안 전체 직원의 13%에 달하는 2만1000명을 감원했다.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업무 자동화와 함께, AI 인프라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공격적인 사업 재편의 결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라클은 22일(현지시간) 발간한 연례 보고서를 통해 2026회계연도(2025년 6월~2026년 5월) 말 기준 전 세계 전체 직원 수가 14만1000명이라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16만2000명) 대비 약 2만1000명(13.0%) 줄어든 규모다.
오라클은 이번 인력 감축과 조직 구조조정 과정에서 퇴직금 등으로 총 18억4000만달러(약 2조5500억원)를 지출했다고 밝혔다.
전년도 지출액(3억7400만달러)과 비교해 약 5배 급증한 수치다.
회사 측은 이번 인력 조정이 제품 라인업 개편, 성과 관리, 사업 전략 변경, 인수합병(M&A) 후속 조치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감원은 AI 확산에 따른 일자리 감소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수치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다.
기술업계 구조조정 집계 사이트인 레이오프스닷에프와이아이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글로벌 기술기업 196곳에서 총 11만9800명 이상의 인력이 감원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소프트웨어 개발, 고객 지원(CS), 백오피스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인력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역설적이게 오라클은 인건비 등 운영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AI 인프라 부문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오라클은 최근 오픈AI, 메타플랫폼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초대형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외연을 확장 중이다.
기존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MS)에 뒤처진 후발주자였으나, AI 붐을 계기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오라클은 이달 초 공시를 통해 이번 회계연도의 자본지출(CapEx)이 약 700억달러(약 97조1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이미 발표한 200억달러 규모의 증자를 포함해 총 400억달러 규모의 부채 조달 및 주식 발행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풍부한 자체 현금흐름을 보유하지 못한 오라클이 차입과 증자에 의존해 투자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라클이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력 비용을 줄이는 대신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인프라 투자에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AI 투자 확대와 인력 구조조정이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이 최근 주요 기술기업 전반에서 관측되는 새로운 흐름이라고 짚었다.
AI가 기업의 생산성을 제고하는 지표가 되는 반면, 고용시장에는 구조적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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