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르망24' 데뷔전 완주…굉음·함성 속 고성능 입증

입력 2026-06-23 16:21  

제네시스 '르망24' 데뷔전 완주…굉음·함성 속 고성능 입증


“와아아아!”

지난 13일(현지시간) 오후 3시40분 프랑스 소도시 르망의 라 사르트 서킷. 태극 마크를 단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팀 기수단이 트랙 위 최고 명당인 ‘그리드’에 입장하자 35만명 관람객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100년 넘는 세계 최고 권위의 내구 레이스인 ‘르망 24시간’ 역사상 최초로 태극기가 트랙 위에 걸리는 순간이었다. 20분이 지난 오후 4시, 제네시스 팀의 하이퍼카 ‘GMR-001’ 두 대가 귀를 찢는 전투기 굉음 같은 엔진 소리를 내며 돌진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2026 르망 24시간’에 처음 출전해 완주에 성공했다. 한국 완성차 업체로는 출전과 완주 모두 처음이다. 포드, BMW, 닛산, 알핀 등도 데뷔전 완주에는 실패했다. 이번 완주로 고성능 자동차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선 이번 레이스가 단순한 스포츠 마케팅을 넘어 최고 수준의 제조 기술 노하우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엔진 제어, 열관리 등 주행 중 확보한 데이터가 고성능 양산 모델에 이식돼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데뷔전서 완주 성공

1923년 시작된 르망24시간은 자동차 제조사에 꿈의 무대로 통한다. 24시간 쉬지 않고 트랙을 달려야 하는 만큼 엔진 내구성과 연비, 차체 안전성을 한꺼번에 증명할 수 있어서다. 벤틀리, 부가티, 애스턴마틴 등 세계적인 명차가 이때 거둔 우승으로 지금까지 명성을 지키고 있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팀은 13~14일(현지시간) 열린 올해 대회에서 최종 1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이퍼카 ‘GMR-001’ 19번 차량이 24시간4분 간 14㎞ 트랙을 372바퀴(약 5069㎞) 주행했다. 서울과 부산을 여섯 번 왕복하는 거리를 부품 고장 없이 달렸다는 의미다. 평균 속도는 시속 220.6㎞에 달했다. 새벽 시간 한때 순위를 4위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함께 출전한 17번 차량은 종료 7시간 반을 남기고 서스펜션 파손으로 중도 포기했다.

제네시스는 24시간 주행 과정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고성능 모델인 ‘마그마’ 차량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통상 레이싱 차량 한 대에는 200여 개의 데이터 센서가 부착된다. 이시혁 제네시스사업본부장 전무는 “제네시스라는 브랜드 핵심 위에 마그마라는 고성능 정체성을 더하고 이를 레이싱 무대에서 검증하고자 한다”고 했다.
◇서킷 전체가 거대한 축제
르망24시간은 서구권에서 레이싱 대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1년에 한 번 대회가 열릴 때면 르망 도시 전체는 축제장으로 바뀐다. 올해도 인구 15만명 뿐인 이 소도시에 35만명이 르망24시간을 보려고 찾아왔다.

이날 둘러본 서킷은 명성대로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전투기가 지나가는 듯한 거친 엔진 소리에 타이어 타는 냄새가 풍기는 서킷 사이로 기념품숍부터 푸드트럭, 맥주 가판대 등이 빽빽이 들어차 오감을 자극했다. 트랙 주변과 주차장은 밤새 경기를 즐기기 위해 마련한 텐트와 캠핑카로 가득했다. 서킷의 마지막 감속 구간이자 최고의 명당으로 꼽히는 ‘메종 블랑쉬’ 역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과거 가정집이던 곳을 클럽하우스로 개조한 장소로 질주하던 하이퍼카가 급감속한 뒤 코너를 탈출하는 모습을 코앞에서 볼 수 있었다.
◇‘손님’ ‘환대’ K-컬처 전파

서킷 내 제조사 빌리지에 마련된 300㎡ 규모 제네시스 부스 앞도 인파로 들어찼다. G80 전동화 모델과 GV70 전동화 모델, GV60 마그마, 출전 차량인 GMR-001 하이퍼카가 한자리에 전시됐다. 관람객은 차량 안에 직접 앉아보고 트렁크를 열어봤다. 부스 입장 대기줄은 건물 한쪽 면을 길게 채웠다. 제조사 빌리지 내 8개 부스 가운데 대기줄이 벽면을 따라 늘어선 곳은 제네시스와 포르쉐 정도였다. 경기 시작 전 차량을 트랙 위에서 가까이 볼 수 있는 ‘그리드 워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GMR-001 앞에는 기념 촬영을 하려는 글로벌 레이싱 팬들의 줄이 끊이지 않았다.

제네시스는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도 힘을 쏟았다. 고객을 귀하게 대하는 한국의 ‘손님’, ‘환대’를 핵심 가치로 내걸고 VIP 라운지(호스피탈리티)를 꾸렸다. 이곳에선 잔치국수, LA갈비, 갈비찜, 김치전 등 한식과 소주 시그니처 칵테일이 제공됐다. 라운지에 초청된 외신 기자와 관계자들은 한식을 먹기 위해 긴 줄을 서기도 했다.

제네시스는 이번 대회를 유럽 시장 공략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내년까지 폴란드 포르투갈 덴마크 오스트리아 등 4개국을 추가해 판매 국가를 11개국으로 늘리기로 했다. 기존 직영 판매를 딜러 판매 방식으로 바꿔 판매망도 넓힐 계획이다. 하반기부터는 하이브리드카도 투입한다. 다양한 친환경 자동차 라인업으로 고급화와 전동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독일 3사를 직접적인 경쟁 상대로 인식하고 있고 필적할 노력을 할 것”이라고 했다.

르망=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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