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백 터질 때처럼…배터리에 불나면 소화가스가 '펑~'

입력 2026-06-23 16:15  

에어백 터질 때처럼…배터리에 불나면 소화가스가 '펑~'


전기자동차(EV) 보급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배터리 안전성 확보가 완성차와 부품업계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 잇따른 전기차 화재 사고는 기존과 다른 차원의 안전 문제를 제기한다.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 차량과는 발생 원인, 전개 양상, 진압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기존 소방 체계와 차량 안전 기술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내부 단락, 외부 충격, 과충전, 제조 결함 등 다양한 요인으로 급격한 온도 상승이 일어날 수 있다. 일정 임계점을 넘어서면 열폭주가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고열, 가연성 가스, 화염이 연속적으로 방출되며 인접 배터리 셀로 빠르게 확산한다. 문제는 배터리 내부에서 발생한 화재는 외부에서 진압하기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물이나 소화약제를 분사하더라도 내부 핵심 발화 지점까지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해 일시적으로 진화한 뒤 재발화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현재 널리 사용하는 대응 방식은 대량의 물을 활용한 지속 냉각이다. 열폭주 확산 억제 측면에서는 일정 효과가 있으나 막대한 물 사용, 긴 진압 시간, 차량 하부 접근성 문제 등으로 효율성에 한계가 뚜렷하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업계에서는 ‘조기 감지-신속 진압’ 기반의 능동형 화재 대응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터리 내부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센싱 기술과 화재 초기 단계에서 즉각 작동하는 진압 메커니즘이 핵심이다.

최근에는 자동차 에어백 시스템에 활용하는 가스 발생장치 ‘인플레이터’를 적용한 새로운 화재 진압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은 배터리 팩 내부에 인플레이터를 설치한 뒤 화재가 발생하면 점화를 통해 고압의 불활성 가스를 순간적으로 분사하는 구조다. 고압가스는 강한 기류를 형성해 화염과 열원을 물리적으로 분산하는 동시에 산소 농도를 급격히 낮춰 연소 환경 자체를 차단한다.

이 기술은 상황에 따라 두 가지 진압 시나리오를 구현할 수 있다. 차량 전원이 유지된 상태에서는 센서가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인플레이터를 즉시 작동시켜 선제 대응한다. 배터리 전원이 차단된 상황에서도 온도 기반 자동 점화 메커니즘을 통해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폭주 시작 온도가 145~170도 범위지만, 인플레이터 내부 화약제의 자체 점화 온도는 통상 140도 수준으로 설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배터리 전원이 차단된 상황에서도 주변 온도 상승만으로 인플레이터가 자동으로 점화된다. 열폭주가 확산하기 전 단계에서 화재를 차단할 수 있는 셈이다. 아울러 불활성 가스에 소화약제를 결합하거나 배터리 팩 구조를 세분화해 국소 진압이 가능하도록 하면 화재 진압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안전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배터리 팩 내장형 진압 시스템, 고속 가스 분사 기술, 복합 안전 구조가 주요 경쟁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플레이터 기반 기술은 기존 차량 부품을 활용함으로써 기술적 완성도와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나아가 전기차뿐 아니라 로봇, 소형 모빌리티 등 다양한 산업으로의 확장 적용 가능성도 크다.

앞으로 전기차 시장의 경쟁력은 단순한 주행거리와 성능을 넘어 화재를 얼마나 빠르고 안전하게 제어할 수 있는지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전기차 화재 대응 기술의 고도화는 이제 필수 과제다.

김건우 현대모비스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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