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이란과의 종전 협상 기간에 한해 이란의 원유 관련 경제 제재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재입국을 수용한 데 따른 상응 조치다.
다만 북한과 쿠바 등 우방국으로의 원유 유입 및 우회 거래는 전면 차단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를 통해 "스위스에서 열린 생산적인 회담의 일환으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롭고 개방된 통항과 IAEA 사찰단의 재입국 수용을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베선트 장관은 "재무부는 이란산 원유의 생산, 인도, 판매를 허용하는 60일짜리 임시 일반면허를 발급했다"고 밝혔다.
미 협상단을 이끈 JD 밴스 부통령도 협상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이 IAEA 사찰단을 자국으로 다시 초청하는 데 동의했다"며 사찰단 활동이 이번 주 중 개시될 예정이라고 발포했다.
아울러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 유지를 위한 메커니즘 및 레바논을 포함한 지역 내 충돌 방지 메커니즘을 구축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미 재무부의 제재 면제 기한은 미 동부시간 기준 오는 8월 21일 0시 1분까지다.
면제 기간 동안 이란은 자국 원유 제품을 공식 마켓에서 판매하고 대금을 달러화로 결제받을 수 있게 된다.
시장에서는 이란이 이번 조치로 당장 원유 수출량을 급격히 늘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전쟁 기간 미군의 해상 봉쇄로 인해 원유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일부 유정이 폐쇄됐을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제재를 피해 '그림자 선단'을 통해 중국 등에 할인된 가격으로 원유를 비공식 매각해 온 이란 입장에서는 시장 가격으로 공식 처분할 수 있게 돼 상당한 경제적 실익을 거둘 전망이다.
또한 달러화 결제 시스템 접근이 허용되면서, 그간 환율 급등을 유발했던 이란 내부의 외화 수급난도 일정 부분 완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번 공지를 통해 면제 조치가 북한, 쿠바, 크림반도를 비롯해 러시아가 점령·병합을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지역의 개인과 기관에는 적용되지 않도록 못 박았다.
북한과 쿠바 등이 이란산 원유를 사들이며 이번 제재 면제 조치의 수혜자가 되지 않도록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국은 지난 3월 유가 상승 저지를 위해 이란산 원유 판매를 한 달간 허용했을 때도 북한과 쿠바 등에 대한 배제 조항이 들어갔다.
한편 미국 화폐·금융 자본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조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재무부에서 이란 제재를 담당했던 미아드 말레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번 면제 조치가 핵 활동 관련 제재뿐 아니라 테러 활동을 겨냥한 제재로부터 이란 중앙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들을 제외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말레키 전 담당관은 "이는 미 의회가 지난 20년 동안 구축해 온 대(對)이란 제재 체계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대외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대니얼 태넌바움 선임연구원 역시 뉴욕타임스(NYT)에 이번 제재 완화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체결됐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기 때 폐기한 이란 핵합의(JCPOA)에 견줘 성급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의 일부를 포기하기 전에 상당한 경제적 혜택을 얻고 있다는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짚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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