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하고 빨래하는 남편 많다던데…"집안일 여전히 아내 몫"

입력 2026-06-23 13:35   수정 2026-06-23 14:58

밥하고 빨래하는 남편 많다던데…"집안일 여전히 아내 몫"


남성들의 무급 가사노동 생산액이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여성이 전체 가사노동의 70% 이상을 분담하며 남성보다 2.7배 더 많이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자녀 양육 등 가사 부담이 집중되는 30대 후반에는 남녀 간 가사노동 가치 격차가 7.7배까지 벌어졌다.

23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국민시간이전계정'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국내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 총액은 582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성별 생산 규모를 보면 여성이 425조8000억원으로 전체의 73.1%를 점유했고, 남성은 156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가사노동 소비액에서 생산액을 차감한 생애주기적자 지표에서는 여성이 107조6000억원의 흑자를 낸 반면, 남성은 동일한 규모의 적자를 보였다.

국민시간이전계정은 국내총생산(GDP)에 포함되지 않는 가정관리, 가구원 돌보기 등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한 통계다.

2023년 산출 방법론을 개발한 이후 올해 국가통계로 정식 승인받아 처음 공표됐다.

연령계층별로 보면 유년층(0~14세)은 돌봄 서비스 소비 편중으로 116조6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반면 노동연령층(15~64세)은 생산 444조4000억원, 소비 336조1000억원으로 108조3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노년층(65세 이상) 역시 생산 138조원, 소비 129조7000억원으로 8조3000억원의 흑자를 보였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인구 감소 여파로 유년층 적자 폭은 7조5000억원 축소됐고, 노동연령층과 노년층 흑자 규모는 각각 6조6000억원, 9000억원 감소했다.

성별 가사노동 격차는 30대 후반에서 가장 뚜렷했다.

1인당 최대 흑자액(생산이 소비를 초과하는 금액)은 남성이 38세에 250만원에 그친 반면, 여성은 39세에 1919만원에 달해 7.7배의 차이를 나타냈다.

흑자를 유지하는 기간도 남성은 32~43세까지 12년에 불과했으나, 여성은 26~83세까지 58년 동안 흑자를 이어가며 남성보다 4.8배 길었다.

임경은 국가데이터처 경제통계기획과장은 브리핑에서 "남성은 가정관리를 포함한 전 부문에서 생산이 늘었으나 가사 소비 증가 폭이 이를 상회해 5년 전 대비 적자가 4조원 증가했다"며 "여성은 음식 준비, 청소 등 여전히 가사 부하가 높은 영역을 주도하고 있어 총량 측면에서 남성과의 격차가 유지되고 있다"고 평했다.

만혼 기조와 출산연령 상승은 가사노동의 생애주기 흐름도 바꿨다.

1인당 가사노동 생산이 정점에 달하는 연령은 2019년 37세에서 2024년 40세로 3년 이연됐다.

가사노동 흑자 규모가 가장 큰 핵심 연령층 또한 기존 '25~44세'에서 '35~54세' 구간(흑자액 66조3000억원)으로 이동했다.

고령화 여파로 노년층의 가사노동 소비 및 생산은 5년 전보다 각각 62.6%, 55.1% 급증했으며, 가사노동 소비 구성비에서 노년층(22.3%)이 유년층(20.0%)을 사상 처음으로 앞질렀다.

남성의 가사노동 소비가 늘어난 배경에 대해서는 음식 준비 관련 소비 증가가 꼽혔다.

임 과장은 "집에서 음식을 준비해 먹는 경우가 많은 고령층 증가로 관련 시간이 전반적으로 늘었다"며 "고령층에서 1인 가구뿐 아니라 부부만 사는 1세대 가구도 함께 늘고 있는데, 부부가 함께 사는 경우 아내가 음식을 준비하고 남편이 소비하는 경우가 아직 많다 보니 이런 부분이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로봇청소기, 건조기, 의류관리기 등 기술 발전으로 청소나 의류관리에 드는 시간은 줄었지만 가치 총액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임 과장은 "가사노동 대체임금이 계속 상승하고 있고, 저출산·고령화 기조 속에서도 인구 자체는 늘었기 때문에 인구 증가와 대체임금 상승이 시간 감소분을 상쇄하면서 전체 생산액과 소비액이 모두 커졌다"고 말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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