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 수호 아빠' 김용하 교수, 불안을 잠재우는 책을 쓰다

입력 2026-06-23 16:39   수정 2026-06-23 19:42

'EXO 수호 아빠' 김용하 교수, 불안을 잠재우는 책을 쓰다



"경제학의 '효용(utility)' 개념을 역사적으로 추적하다 보면 결국 에피쿠로스까지 올라가더라고요."

국내에서 손꼽히는 연금 전문가인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가 최근 철학서 <서른의 불안을 다루는 법>을 펴냈다. 복지·재정정책을 평생 연구해온 경제학자가 2300년 전 고대 철학자 에피쿠로스를 주제로 책을 낸 것이 다소 의외다.

김 교수는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제학의 핵심 개념인 효용과 후생을 탐구하던 중 에피쿠로스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학에서는 효용의 극대화와 비용의 최소화를 사실상 같은 개념으로 보는데, 에피쿠로스 역시 유사한 접근 방식을 보였다"며 "쾌락을 억지로 키우는 게 아니라 인생의 '불안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후생을 정의했다는 점이 현대 경제학과 맞닿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연구를 이어가면서 에피쿠로스가 흔히 알려진 '쾌락주의자'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라는 사실에 매료됐다고 했다. "그가 말한 쾌락은 말초적이고 단기적인 것이 아니에요. 에피쿠로스는 정신적 동요가 없는 평온한 상태 자체를 좋은 삶으로 봤어요."

흥미로운 점은 카를 마르크스의 박사학위 논문 주제 역시 에피쿠로스였다는 사실이다. 김 교수는 "주류 경제학의 효용 이론과 마르크스주의라는 상반된 두 흐름이 모두 한 철학자에게서 출발했다는 점에 무척 감명받았다"고 했다.

2300년 전 인물이지만 에피쿠로스의 시각은 놀랍도록 현대적이라고 김 교수는 말했다.

"천둥이 치면 신의 노여움이라고 했던 시대에 그는 자연현상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려고 했어요. 죽음마저 두려움의 대상에서 걷어냈죠. 살아 있는 동안에는 죽음이 없고, 죽음이 찾아오면 그것을 걱정할 '나'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이 논리는 지금 봐도 전혀 낡지 않았어요."



김 교수가 이 오래된 철학을 특별히 '30대'에게 건넨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계와 사회 현상 속에서 그가 마주한 30대는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치열하게 흔들리는 세대였기 때문이다.

"20대는 아직 가능성이 열려 있고, 40대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거나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은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그 중간에 낀 30대는 인생의 윤곽이 보이면서 오히려 절망과 불안을 마주하는 대전환기이죠."

그는 30대의 불안을 두 갈래로 짚는다. 일찍 자리를 잡은 사람은 성취를 지키고 더 올라가야 한다는 압박에 스스로를 불사르고,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이들은 '인생을 잘못 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자괴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여기에 결혼과 출산, 직장 내 '낀 세대' 역할, 늦어진 자립과 끝없는 비교까지 한꺼번에 덮쳐온다.

"에피쿠로스는 미래를 지나치게 불안해하지 말고 현재 이 순간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미 무언가를 이룬 사람에게는 헛된 욕망에 영혼을 다 태워버릴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고, 불안한 사람에게는 막연한 두려움에 머물지 말고 그 원인을 철저히 파고들어 마음을 정리하라고 조언하죠. 꼭 30대만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30대에게 가장 절실한 말들이 에피쿠로스 안에 들어 있습니다."

이 책에는 경제학자의 시선뿐 아니라 아버지의 마음도 담겼다. 김 교수에겐 두 아들이 있다. 둘째인 아이돌 그룹 EXO 멤버 수호(본명 김준면)도 어느새 30대 중반이 됐다.

"아들이 이른 나이에 크게 성공했잖아요. 일찍 성공한 사람은 그다음이 더 어려울 수 있어요. 이미 얻은 것을 지켜야 하고 계속 증명해야 하니까요. 성공이 삶 전체를 규정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아들에게도 전하고 싶습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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