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1년을 살았다. 그때의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 풍요롭고 넉넉하고 화창했다. 높은 건물이 거의 없는데 집들은 하나같이 넓고 예뻤다. 동네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가 즐비해 없는 게 없었다. 한국이 선진국 소리를 듣기 전이었다. 그래서 더 대단해 보였던 것도 있다. 요즘도 가끔 ‘LA 향수병’을 앓는다.LA의 신화가 무너진 이유는 많겠지만 핵심은 부동산에 있다. LA 집값 중간값은 2000년 22만달러에서 지난해 90만달러를 넘었다. 임대료는 같은 기간 세 배가 됐다. 중산층 절반이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로 쓴다. 견디다 못한 사람들은 집을 싸게 살 수 있는 텍사스, 애리조나 등으로 떠난다. 물론 LA 말고도 뉴욕, 시카고 등 미국 주요 도시 집값은 대부분 비싸다. 하지만 LA에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집을 새로 짓기가 훨씬 어렵다는 점이다. 환경영향평가를 빌미로 누구든 개발 사업에 소송을 걸 수 있어서다. 이 탓에 인구 1300만 명의 LA 광역권이 최근 3년간 허가한 주택은 11만8000가구에 그쳤다. 인구가 절반인 애틀랜타(16만3000가구)에도 크게 못 미쳤다.
LA 상황을 보면서 서울이 걱정됐다. ‘천만 수도’이던 서울의 인구는 현재 약 930만 명이다. 인구가 감소한 주된 이유 역시 부동산에 있다. 집을 충분히 못 지으니 집값이 뛰고, 소득이 넉넉하지 않은 젊은 층이 자꾸 서울 밖으로 밀려난다. 6·3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이 5선에 성공한 것도 부동산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 집 없는 시민은 영영 내 집을 못 가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집 가진 시민은 세금 부담과 집값 하락 걱정에 표를 던졌다. ‘닥치고 공급’을 앞세운 오 시장은 2031년까지 31만 가구를 착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중도층 표가 이 공약에 쏠렸다.
오 시장이 앞으로 주력해야 할 일은 막혀 있는 현장을 하나하나 푸는 것이다. 오 시장 혼자 힘으로는 안 된다. 국가유산청 등 중앙정부, 코레일 등 공공기관, 인허가권을 가진 자치구 그리고 서울시가 ‘원팀’으로 뛰어도 쉽지 않다. 그래도 해내라고 서울 시민이 오 시장에게 다시 기회를 줬다. ‘닥치고 공급’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