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상장은 올 상반기 세계 자본시장의 ‘빅 이벤트’였다. 12일 미국 나스닥에 이름을 올린 스페이스X는 곧바로 2조달러(약 3000조원)가 넘는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테슬라, TSMC, 삼성전자 등을 뛰어넘었다. ‘민간이 넘볼 수 없는 영역’으로 여겨지던 우주를 공략한 스페이스X가 설립 24년 만에 세계 자본시장의 중심에 섰다.한국에서도 ‘제2의 스페이스X’를 꿈꾸는 기업들이 있다. 하지만 우주항공 스타트업이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주항공산업은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이 필요하다. 상장 후에도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
정부가 첨단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조성한 국민성장펀드도 우주항공 기업에는 ‘그림의 떡’과 같다. 우주항공 기업은 국민성장펀드에서 대출이나 지분 투자 등을 받을 수 없어서다. 국민성장펀드 지원 대상은 인공지능(AI), 반도체, 2차전지, 백신, 디스플레이, 수소, 미래차, 바이오, 방산, 로봇, 콘텐츠, 핵심광물 등 12개 산업으로 제한된다.
투자업계에선 “국민성장펀드가 투자할 수 있는 업종이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주항공만의 문제가 아니다. 양자컴퓨터, 소형모듈원전(SMR) 등 미래 핵심 기술과 헬스케어, 뷰티, 식품 등 수출산업도 투자 대상에서 빠져 있다.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국민성장펀드가 지원하는 업종과 그러지 않는 업종 간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민성장펀드의 투자 대상이 제한되다 보니 특정 업종에 과도한 자금이 쏠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밸류에이션 버블(거품)을 키울 수 있어서다. 지금까지 국민성장펀드가 지분 투자를 결정한 기업은 리벨리온, 업스테이지, 퓨리오사AI 등으로 모두 AI·반도체 관련 기업이다. 이들 기업이 ‘차세대 국가대표 스타트업’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현재 책정된 몸값이 적정한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11개 운용사가 국민성장펀드 간접투자 부문의 자펀드 운용사(GP)로 선정되며 본격적인 투자에 발을 뗐다. 운용사들은 몰려드는 출자 요청에 펀드 결성목표액을 허용 상한(200%)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 두 배가량 많은 자금이 올 하반기부터 시장에 풀린다는 뜻이다.
반도체, AI, 바이오, 2차전지 등이 핵심 전략산업이자 먹거리라는 것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국민성장펀드의 투자 선택지를 늘리고, 적재적소에 자금을 효과적으로 공급하자는 것이다. 미래 기술 변화 속도에 맞추려면 지원체계에 구멍이 없는지 발 빠르게 살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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