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금지론이 다시 국회 테이블에 올랐다. 명분은 소액주주 보호다. 하지만 좋은 명분이 좋은 처방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물적분할을 법으로 막는 일은 소액주주를 지키기보다 기업가치를 떨어뜨려 그 주주에게 손해를 안길 가능성이 크다. 단점은 이미 다른 제도로 메워지는 중인데, 장점을 대신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물적분할은 회사가 사업부를 떼어 새 회사를 세우되 그 지분 100%를 모회사가 갖는 분할이다. 핵심은 주식이 누구에게 가느냐다. 인적분할은 신설 회사 주식을 기존 주주에게 지분율대로 나눠 주지만, 물적분할은 그 주식을 주주가 아니라 모회사가 쥔다. 1998년 외환위기 때 기업 구조조정을 돕기 위해 도입된, 본래 정상적인 조직 개편 수단이다.
문제의 핵심은 분할 자체가 아니라 ‘분할 후 자회사 상장’, 이른바 쪼개기 상장이다. 2022년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를 떼어낸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하자 한때 100만원을 넘던 모회사 주가는 큰 폭으로 흘러내렸다. 유망 사업을 보고 모회사에 투자한 기존 주주는 자회사 지분을 직접 받지 못한 채, 그 성장의 과실이 자회사 신규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을 보면 동시상장 사례에서 상장 전 1.59이던 모회사 평균 기업가치 지표가 상장 후 1.07로 낮아졌다. 일반 주주의 손실이 데이터로 확인된 셈이다. 카카오 계열사의 상장 직후 임원 주식 매각 논란까지 겹치면서, 쪼개기 상장은 이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졌다.
물적분할의 장점은 분명하다. 사업을 전문화하고, 신설 법인만 따로 공모해 특정 사업에 표적화된 자금을 끌어오며,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의 유연성을 높인다. 그것도 모회사가 지분 100%를 쥔 채 지배구조를 흔들지 않고 가능하다. 반면 단점은 대부분 ‘분할+상장’이 결합돼 지배주주나 신규 투자자에게 부(富)가 이전되는 지점에 몰려 있다. 결국 문제는 분할이 아니라, 분할을 이용한 가치 이전을 어떻게 통제하느냐다.
해외 주요국을 보면 답이 더 분명해진다. 미국·독일·프랑스 어디도 물적분할이나 그 후의 상장을 직접 금지하지 않는다. 미국은 세무와 공시로 관리하고, 대륙법계는 절차적 통제와 주주 보호로 우회한다. 글로벌 흐름은 “분할은 허용하되 상장은 엄격히 본다”는 방향이지 “분할 자체를 금지한다”는 쪽이 아니다. 물적분할을 통째로 막는 입법은 국제적으로 이례적이다.
금지는 무딘 칼이다. 부작용을 막겠다며 정상적인 사업 재편과 표적 자금조달이라는 효용까지 함께 잘라낸다. 단점은 표적 처방이 가능하다. 공시를 강화하고 반대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줘서 이탈권을 보장하면 된다. 상장심사로 분할 직후 상장을 견제하고, 신주 우선배정·배당으로 보상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장점에는 대체재가 없다. 인적분할은 지배력을 희석하고, 차입은 부채비율을 높이며, 모회사 유상증자는 조달 효율을 떨어뜨린다. 부작용은 정밀하게 도려낼 수 있지만, 효용은 통째로 포기해야 한다.
무엇보다 단점은 이미 빠르게 상쇄되고 있다. 2022년 금융당국은 공시 강화, 반대 주주 주식매수청구권, 분할 후 5년 내 상장 심사 강화라는 ‘3중 보호장치’를 도입했다. 2025년 7월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가 ‘회사’에서 ‘전체 주주’로 확대돼, 이제 분할이나 상장으로 일반 주주가 손해를 보면 이사가 법적 책임을 질 근거가 생겼다. 분할을 금지하지 않고도 무분별한 쪼개기에 실질적 제동을 거는 장치다. 2026년 2월에는 자사주 의무 소각을 핵심으로 한 상법 개정안까지 통과돼 주주 환원의 토대가 마련됐다. 이 제도들은 하나같이 ‘분할→상장→가치 이전’이라는 문제의 핵심 길목을 직접 겨냥한다.
셈은 분명하다. 단점은 상법 개정과 강화된 소액주주 보호로 보완했는데, 장점은 금지하는 순간 살릴 방법이 없다. 이 비대칭 위에서 물적분할 전면 금지의 결과는 소액주주 보호가 아니라 기업가치 하락이다. 자금조달과 사업 재편의 길이 막혀 기업가치가 깎이면 그 부담은 바로 일반 주주에게 돌아온다. 보호하려다 손해를 끼치는 역설이다. 진짜 과제는 “금지할 것인가”가 아니라 “이미 갖춰진 보호장치를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시킬 것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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