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닝 "반도체 유리기판, 한국 투자 검토"

입력 2026-06-23 17:49   수정 2026-06-24 00:14


이 기사는 6월 23일 오후 2시 4분 한국경제신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프리미엄9'에 게재됐습니다.

“반도체 유리기판 사업은 매우 좋은 기회다. 한국은 잠재적 거점이 될 수 있다.”

글로벌 광학기업 코닝의 에드워드 A 슐레진저 최고재무책임자(CFO·사진)는 최근 미국 뉴욕주 코닝시 본사에서 한 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적용될 반도체 유리기판 생산기지로 한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리기판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여러 개의 칩을 하나의 기판에 조립하는 반도체 ‘첨단 패키징’ 과정에서 휘는 단점이 있는 플라스틱 기판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되는 첨단 소재다. 코닝은 1995년 한국에 코닝정밀소재를 설립해 각종 유리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슐레진저 CFO는 “세계적으로 유리기판 제조가 가능한 수준의 높은 기술력을 확보한 곳은 많지 않다”며 “한국과 중국 대만 미국 정도가 그런 역량을 갖춘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유리기판은 아직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않고 양산도 어려운 단계”라며 “2030년대 성장동력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코닝은 최근 엔비디아 메타 아마존 등과 대규모 광(photons) 관련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대표적 인공지능(AI) 수혜주로 부상했다. 지난 1년간 주가가 305%, 올해 들어서도 131% 급등했다.

슐레진저 CFO는 “AI는 장기적·구조적 트렌드”라며 “데이터센터 네트워크에서 광 기반 전송 비중은 더 확대될 것이고, 이 같은 전환은 아직 본격 시작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고객사들의 재무 건전성이 1990년대와는 다르고, 투자 회수 사이클도 과거보다 훨씬 짧다”며 “2030년까지 매출을 연평균 15~19%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사이클 매우 초기 단계…'광통신' 장기 성장 스토리 쓸 것"
공격적 투자 나선 에드워드 슐레진저 코닝 CFO
미국 뉴욕주 북부 코닝시에 자리 잡은 코닝 본사 앞에는 ‘설립 175주년’을 알리는 깃발이 펄럭였다. 코닝은 전 세계 디스플레이와 통신망에 쓰이는 특수 유리와 광섬유를 만드는 세계 최대 유리 전문 기업이다. 스마트폰·TV 등에 쓰이는 강화유리 ‘고릴라 글라스’와 광케이블에 쓰이는 광섬유를 생산한다.

코닝은 S&P500 기업 중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몇 안 되는 회사다. 그만큼 회사 문화도 보수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기자와 만난 에드워드 A 슐레진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인공지능(AI) 투자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그는 “AI는 장기적이면서 구조적인 트렌드”라며 “아직 인프라 구축의 초기 단계에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런 자신감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등이 투자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다. 그는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는 기존 사업 모델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최고가 돼야 한다”며 “모두가 승자가 될 수는 없겠지만 투자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hr >▷2030년 후에도 AI 수요가 유지되나.

“코닝은 AI를 장기적·구조적 트렌드로 보고 있다. 고객사인 하이퍼스케일러, 엔비디아 등과 논의할수록 기대치가 계속 높아지고 있음을 체감한다. 우리는 아직 인프라 구축의 초기 단계에 있다. 데이터센터가 커질수록 더 수준 높은 컴퓨팅을 구현하기 위해 클러스터 규모가 확대되고, 이에 따라 광통신 수요가 늘어난다. 앞으로 네트워크에서 전기신호(electrons)보다 광(photons) 기반 전송 비중이 더 높아질 것이다. 우리는 장기적인 성장 스토리로 보고 있다.”

▷3~4년 뒤 정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그렇다고 해도 코닝에는 긍정적인 구조적 요인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설비 투자 규모가 동일하게 유지되더라도 시장은 성장한다. 그래픽처리장치(GPU) 한 개당 들어가는 광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교체 사이클 측면에서도 긍정적 변화가 있다. 일반적으로 GPU와 스위치는 약 5년 주기로 교체되는데, 이에 따라 광 솔루션도 5년 주기로 반복적 수요 사이클이 형성된다. 20년 이상 지나야 교체되거나 또는 사실상 교체가 거의 없는 해저케이블 등 전통적인 광 인프라와 다르다.”

▷코닝은 닷컴버블 때 광섬유 사이클을 경험한 적이 있다.

“과거와의 가장 큰 차이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고객사의 재무 건전성이다. 과거 통신 인프라 조성 시기에는 상당액을 외부 자금 조달에 의존했다. 현재는 풍부한 현금을 보유한 기업이 인프라 구축을 주도하고 있다. 투자 회수 사이클이 훨씬 짧다는 것도 중요한 차별점이다. 과거 통신 인프라 구축과 달리 데이터센터는 훨씬 짧은 기간에 실제 활용되고 있다.”

▷투자가 둔화하면 엔비디아 등과 맺은 파트너십이 어느 정도 방어력을 제공하나.

“인프라 구축은 일시적인 ‘숨 고르기’ 구간이 나타나는 게 자연스럽다. 항상 직선 형태로 이어지는 성장보다 수요가 조정되는 구간이 일정 기간 존재하는 게 정상적이다. 코닝은 이런 변동성을 고려해 공급 능력을 최대한 정교하게 수요에 맞추는 데 집중한다. 동시에 고객사와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선금 형태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또 일정 기간 최소 매출을 보장받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채권 발행이나 주식 공모 계획이 있나.

“엔비디아와 맺은 파트너십으로 엔비디아는 약 5억달러 규모 코닝 주식을 매입했다. 추가로 주식 약 25억달러어치를 살 수 있는 워런트를 받았다. 향후 투자에서도 이런 식의 주식 발행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우리는 장기 성장을 위해 탄탄한 재무 구조를 유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연평균 매출 증가율 15~19%를 목표로 하는데, 동시에 높은 수익성 창출(10%대 후반~20% 수준 마진)도 중요하게 본다.”

▷광섬유, 포토닉스 혹은 다른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초점은 무엇인가.

“단기적으로는 광 연결(optical connectivity) 수요를 지원하기 위해 충분한 생산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앞으로 몇 년 동안 광섬유, 케이블, 광 연결 생산 능력을 모두 크게 확대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향후 차세대 기술로 전환돼 공급망 전반에서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기회가 있다고 본다. 특히 포토닉스(photonics) 분야에서 제품 소형화와 고집적화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코닝은 이 분야에서 상당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코닝 주가가 최근 급등했는데.

“우리가 집중하는 것은 시장을 정확히 이해하고, 해당 분야 선도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혁신을 이어가는 일이다. 엔비디아, 메타, 아마존 같은 고객에게 실질적 가치를 잘 전달한다면 우리 재무 구조도 지속해서 개선될 것이고, 시장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으로 생각한다.”

▷투자자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면.

“가장 논쟁 여지가 큰 부분은 공동패키징광학(CPO) 또는 포토닉스의 타이밍일 것이다. CPO는 반도체의 신호 전달 방식을 전기에서 전자, 빛으로 바꾸는 포토닉스를 첨단 패키징 기술과 결합한 개념이다. 이 기술이 결국 구현될 것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있지만, 언제 실현될지에 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코닝은 상당히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코닝의 가장 큰 성장동력은.

“반도체 패키징을 들 수 있다. 전반적으로 반도체 시장은 매력적인 분야다. 우리는 계측 장비, 테스트 장비, 리소그래피 장비 등을 제조하는 데 쓰이는 정밀 광학 및 특수 유리도 공급한다. 태양광 사업도 벌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간 40~50기가와트(GW) 규모 태양광 설비가 설치되고 있다.”

▷기업들의 높은 토큰 비용과 투자수익률(ROI)이 AI 수요를 둔화시킬까.

“향후 몇 년을 기준으로 보면 그렇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가장 큰 이유는 주요 하이퍼스케일러 입장에서는 지금이 일종의 경쟁 상황이어서다. 토큰 기반 과금이든, 다른 수익 모델이든 투자 자체는 상당한 규모로 이어갈 것으로 본다.”

▷치킨게임처럼 변할 것이라는 뜻인가.

“몇몇 기업은 성공하겠지만 모두가 승자가 될 수는 없다. 하이퍼스케일러로선 기존 사업 모델을 지켜야 하므로 반드시 최고가 돼야 한다. 이 때문에 투자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만약 충분히 투자하지 않는다면 결국 자기 시장을 다른 기업에 내어줄 위험도 있다. 많은 신생 기업과 스타트업이 경쟁력을 갖춘 모델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어 이런 경쟁 구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팹이 있다. 새로운 투자 계획이 있나.

“반도체 패키징은 좋은 사례다. 현재 다양한 프로토타입 형태의 유리기판이 나오고 있고, 반도체 기판 소재로 유리가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아직은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않고, 양산이 어려운 단계다. 그럼에도 고도로 특수화된 유리 제조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생산 시설은 잠재적 거점이 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이런 수준의 기술을 구현하는 곳은 많지 않다. 중국 대만 한국 미국이 이 역량을 갖출 수 있는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기술 변화를 이끄는 주요 기업에 공급하기 위해 코닝은 산업이 형성된 곳에 함께 있어야 한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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