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단체로 오더니…" 대기업 덕에 '미분양' 사라진 동네

입력 2026-06-23 17:59   수정 2026-06-24 01:16

"서울서 단체로 오더니…" 대기업 덕에 '미분양' 사라진 동네

지난 22일 찾은 전북 군산시 구암동 ‘더샵군산프리미엘’ 아파트는 지난 2월까지만 해도 미분양으로 고전했다. 작년 5월 준공됐지만 704가구 가운데 250여 가구가 팔리지 않았다. 전체 물량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올 3월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2월 27일 현대자동차그룹의 새만금 투자 계획 발표 이후 외지 투자자가 몰려들어 이달 초 완판(100% 계약)에 성공했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3월 서울과 대전에서 단체로 내려온 투자자가 60여 가구를 한꺼번에 계약했다”며 “외지인 투자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주민까지 매수에 나서면서 남은 물량도 순식간에 동이 났다”고 말했다.

2018년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이후 침체를 거듭하던 군산 부동산 시장이 ‘새만금 투자 효과’로 되살아나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감소하고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잇따른다. 토지 시장에도 투자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
◇군산 아파트 거래 4년 만에 최다
군산 부동산 시장 변화의 배경으로 새만금 개발 기대가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새만금에 9조원을 투자해 로봇과 인공지능(AI), 수소 에너지 등 혁신성장 거점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기업 입주와 인구 유입 기대가 커지면서 부동산 시장도 즉각 반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로 7만1000명의 고용이 창출되고 16조원의 경제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반도체 패키징 공장 건설 후보지로 새만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현지 분위기는 한층 더 달아올랐다.

분양 단지 분위기도 달라졌다. 새만금 투자 기업들이 직원 거주용 사택을 대거 사들이면서 군산 조촌동 일대 디오션시티(6416가구)와 구도심 내 분양 아파트 매입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준공된 군산 조촌동 ‘경남아너스빌디오션’ 아파트 외벽엔 ‘현대차그룹 새만금 9조원 투자, 미래가치+최고 입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20년 동안 새만금 개발이 제자리걸음을 한 탓에 군산 시민의 기대가 크지 않았다”면서도 “이번에 대기업 투자 규모가 워낙 크고 정부 지원 의지도 확인되자 관망하던 수요층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분양 아파트 한 달 새 25.7% 감소
부동산 시장 지표도 개선되고 있다. 군산의 미분양 아파트는 2월 말 681가구에서 3월 말 506가구로 25.7% 감소한 데 이어 4월 말엔 460가구로 줄었다.

새만금 개발 기대와 함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을 노린 투자자가 많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지방에서 ‘악성 미분양’으로도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분양받으면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돼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취득세 중과를 피할 수 있다. 현지 C공인 관계자는 “새만금 개발 본격화에 따른 시세 상승이 기대되는 동시에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가능하고 세제 혜택도 있어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거래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군산의 아파트 거래량은 3월 440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4월(506건) 후 4년2개월 만의 최대 규모다. 2월(269건)과 비교하면 불과 한 달 만에 63.6% 늘었다.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고가 기록도 이어지고 있다. 내흥동 ‘군산신역세권우미린센텀오션’ 전용면적 84㎡는 이달 14일 역대 최고가인 4억900만원에 손바뀜했다. 조촌동 ‘더샵디오션시티’ 전용 118㎡는 3월 23일 7억800만원에 계약이 체결돼 신고가 기록을 세웠다.

투자 열기를 반영하듯 토지 거래도 활발해지고 있다. 군산시의 토지 거래액은 2월 142억원에서 3월 267억원에 이어 4월엔 355억원으로 불어났다. 2024년 4월 이후 최대 규모다.

군산=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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