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반도체산업 역사상 처음으로 호남 지역에 대규모 생산기지 구축을 추진한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및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폭발로 첨단 패키징(후공정) 생산능력 확장이 절실해진 상황에서 전력난으로 착공 지연을 겪는 수도권 대신 신재생에너지가 풍부한 호남을 대안으로 낙점했다는 분석이다.
23일 정치권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광주에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짓기 위한 계획을 조율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호남권에 반도체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온양캠퍼스 이후 35년 만의 패키징 기지이자 평택캠퍼스 착공 이후 11년 만의 신규 거점 확보로 의미가 크다. 미세 공정의 한계를 극복할 게임체인저로 첨단 패키징 기술이 부상하자 선제적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도 광주, 전남 무안 등 호남권에 국내 제2의 후공정 생산기지를 건설하기로 잠정 결정하고, 막바지 부지 검토에 들어갔다. 당초 협력사의 호남 공장 설립을 지원하려 했으나 AI 반도체 주도권을 쥐기 위해 직접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 같은 투자 계획은 이달 말 공식 발표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29일 청와대에서 지방투자전략 간담회를 열고 주요 기업인과 세부적인 투자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이번 발표에 후공정뿐만 아니라 전공정(웨이퍼 가공) 라인 투자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5년 내 메모리 생산 능력을 두 배로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위해선 경기 용인 메가클러스터 외에 추가 거점이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도 전공정 라인의 수도권 증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번 투자 계획에 전·후공정을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기지 구축 방안을 포함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두 회사가 호남을 선택한 요인은 전력과 인프라라는 분석이 나온다. 태양광·해상풍력 잠재력이 높은 호남은 전력 소모가 많은 첨단 반도체 공장 가동의 최적지로 꼽힌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방 투자 유치 기조도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은 취임 1년 기자회견에서 비수도권 투자를 촉구하며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를 약속했었다.
김채연/김형규 기자 why29@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