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방산 오픈마켓'…전투 성과 포인트로 무기 산다

입력 2026-06-23 18:16   수정 2026-06-24 01:11

우크라 '방산 오픈마켓'…전투 성과 포인트로 무기 산다


우크라이나가 대량 생산한 전투용 드론을 앞세워 러시아 보급망과 에너지 시설 등을 타격하면서 러시아의 병력 우위를 흔들고 있다. 2023년 우크라이나가 도입한 방위산업 기술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조달 체계 혁신이 우크라이나군 전력 강화를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 “올해 드론 700만 대 생산”
23일 핀란드 전쟁 감시단체 블랙버드그룹은 “러시아군이 올해 2~5월 새로 점령한 영토는 164㎢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51㎢와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규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0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드론이 2500㎞를 날아 러시아 튜멘(시베리아 서부)에 있는 정유시설을 타격했다”며 전과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EU)의 약 900억유로 대출 지원을 바탕으로 전투용 드론을 집중 생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정찰드론 생산은 작년 동기 대비 441%, 중거리 타격 드론은 312% 늘어났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올해 드론 생산 목표치를 ‘700만 대’ 이상이라고 밝혔다.

전쟁 기간 비약적으로 성장한 우크라이나 방산업체들은 높은 성능에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드론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가장 혁혁한 전과를 내는 것은 ‘1인칭 시점(FPV) 자폭드론’이 꼽힌다. FPV 드론은 고속 비행 중 조종사에게 고해상도 화면을 제공해 정밀도와 기동성이 높고, 전파 방해에도 강하다.

우크라이나 방산업체 제너럴체리가 개발한 ‘FPV 가미카제’가 대표적이다. 제너럴체리는 최근 “FPV 가미카제가 러시아 Ka-52 공격헬기를 격추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방산업체 파이어포인트는 FP-1, FP-2 등 중장거리를 비행해 타격할 수 있는 자폭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자폭드론 FP-1은 사거리가 1600㎞에 달하는데, 단가는 약 5만5000달러에 불과해 경제적인 장거리 타격 무기로 꼽힌다. FT는 “ FP-1이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까지 날아가 군함을 겨냥한 공격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방산업체 와일드호넷이 개발한 요격드론 ‘스팅’도 새로운 가성비 무기로 주목받고 있다. 최고 속도 시속 300㎞, 고도 7000m를 비행할 수 있으며 요격률은 80~90%를 자랑한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올해 4월에만 러시아 드론 약 1500대를 격추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공격은 러시아군 보급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러시아군은 주요 보급창을 기존 80㎞ 후방에서 120~150㎞까지 옮기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가 FPV 군집 드론으로 (전선 양쪽) 20㎞ ‘킬존’(살상지대)을 만들었다”며 “과거 보급 차량이 자유롭게 움직이던 후방도 이제 표적이 됐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전장 사망자의 최대 80%가 드론 공격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포인트로 무기 주문
이같이 우크라이나가 전투용 드론을 빠르게 개발한 것은 2023년 우크라이나 정부가 구축한 방산 기술 플랫폼 ‘브레이브1’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브레이브1은 전쟁에 필요한 무기 수요를 군에서 받아 무기를 제작하는 스타트업, 투자자, 해외 기업을 연결한다.

또 보조금·무기시험·인증·조달 역할까지 맡아 무기를 빠르게 실전 배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술력만 입증되면 어떤 회사라도 정부 플랫폼을 통해 지원금을 받고 시제품을 실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브레이브1은 플랫폼 내 마켓을 통해 군부대가 드론, 전자전 장비, 지상로봇 등 필요한 무기를 직접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전투 성과를 ‘포인트’로 환산해 무기·장비를 구매하게 하는 ‘성과 연동형 보급 제도’를 채택한 점이 특징이다. 단순히 물자를 일괄 배분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잘 싸운 부대가 더 좋은 보급을 받는다”는 인센티브를 군수 체계에 넣은 게 핵심이다.

브레이브1은 군사용 인공지능(AI) 모델을 시험·훈련하는 군사용 AI 플랫폼 ‘데이터룸’도 갖췄다. 데이터룸에선 군이 실전에서 수집한 적 무기 데이터와 영상 소스를 방산 기업과 공유한다. 개발자들이 해당 데이터로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결과물이 다시 전선에 투입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 방산 스타트업은 크게 성장해 해외 수주까지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군집 드론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인 ‘스워머’는 3월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공모가 대비 500% 이상 급등하며 상장됐다. 회사가 개발한 AI 기술은 많은 드론의 개별 기동을 조율해 ‘드론 떼’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도록 한다. 스워머의 기술은 2024년 이후 우크라이나 전투 현장에서 10만 건 넘게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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