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바로 다음 해인 지난해 고운세상코스메틱 실적은 오히려 주춤했다. 매출은 2328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증가하는 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213억원으로 28% 감소했다. 로레알 포트폴리오로 안착하는 과정에서의 일시적인 숨 고르기라는 평가와 함께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전까지 글로벌 대기업이 사들인 K뷰티 브랜드의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9년 에스티로더가 11억달러(당시 약 1조3000억원)에 인수한 K뷰티 브랜드 닥터자르트는 2025회계연도 기준 2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인수 당시 에스티로더의 첫 아시아 기반 뷰티 브랜드라는 상징성이 컸지만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로레알이 2018년 사들인 K색조 브랜드 3CE도 실적 악화로 최근 구조조정을 거쳐 사업 구조를 재정비했다.
AHC 아이크림, 3CE 색조, 닥터자르트 시카페어는 각각 그 시대의 상징적인 K뷰티 제품이다. 한국에서 히트한 제품을 면세 채널에 진입시키자 중국 관련 매출이 빠르게 증가했다. 하지만 중국 내 궈차오(애국 소비) 열풍에 더해 코로나19 이후 따이궁(보따리상) 채널 축소 영향으로 타격을 받았다.
경영 환경 변화와 함께 내부적 요인도 실적 악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글로벌 본사의 까다로운 의사결정 구조에 편입되며 K뷰티 특유의 기동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트렌드 변화에 맞춰 신제품을 빠르게 쏟아내는 신흥 브랜드와의 속도전에서 밀렸다는 얘기다. K뷰티 인디 브랜드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은 품질 규정부터 신제품 승인, 지역별 유통 전략 등 의사결정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다”며 “본사 관계자가 경영에 참여해 브랜드 자체의 창의성을 해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경영권을 한 번에 사들이기보다 창업자를 남기고 지분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사례도 많아졌다. 에스티로더는 캐나다 화장품업체 데시엠을 한 번에 인수하는 대신 지분 투자를 꾸준히 늘렸다. 스페인 뷰티기업 푸이그도 럭셔리 브랜드 샬롯 틸버리 지분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실리콘투처럼 여러 인디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유통 플랫폼과 K뷰티 생태계의 핵심인 제조업자개발생산(ODM) 회사, 패키징 업체도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지난해 로레알과 에스티로더 등을 고객사로 둔 화장품 패키징 기업 삼화를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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