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갈라지고 원전 마비"…40도 넘는 폭염에 멈춰선 유럽

입력 2026-06-28 20:24  

"도로 갈라지고 원전 마비"…40도 넘는 폭염에 멈춰선 유럽


유럽 대륙이 상공에 뜨거운 대기가 갇히는 대기 정체 현상으로 인해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노출됐다.

이례적인 고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주민들의 보건 위기는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과거의 기후 조건에 맞춰 설계된 도로·철도·에너지 등 사회 기반 시설이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시스템적 한계와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28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서유럽에서 발생한 열돔 현상이 동쪽으로 확산하면서 독일, 체코, 덴마크, 헝가리 등 유럽 중동부 지역 전역이 주말 동안 폭염에 직면했다.

이번 고온 현상은 북아프리카에서 유입된 뜨거운 대기가 대기 정체 현상인 '오메가(Ω) 블록'으로 인해 대륙 상공에 갇히면서 발생했다.

AFP통신은 이번 주말 동안 유럽 내 약 2억 명의 인구가 35도 이상의 고온 환경에 노출됐다고 분석했다.

현지 기상당국에 따르면 독일 동부 드레비츠의 기온이 41.5도까지 치솟았고, 체코 프라하 북부 기온도 40.9도를 기록하며 각각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평소 여름철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북유럽의 덴마크 역시 북부 오르후스와 오덴세의 최고 기온이 37도까지 올라 1975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에 독일 기상청은 대부분 지역에 폭염 경보를 발령했으며, 베를린 경찰은 도심 더위를 식히기 위해 물대포를 배치했다.

이탈리아 보건부도 밀라노, 로마 등 18개 도시에 폭염 적색 경보를 내렸다.

문제는 이번 폭염을 계기로 유럽 사회를 지탱하는 기반 시설의 구조적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독일에서는 지열로 인해 아스팔트 도로가 팽창하며 갈라져 베를린 외곽 2번 고속도로를 비롯한 아우토반 주요 구간이 통제됐다.

철도 부문에서도 고온으로 인한 선로 변형과 전력 공급 차질이 발생해 벨기에 등 서유럽 주요 도시를 잇는 유로스타 열차의 운행 중단 및 취소가 속출했다.

에너지 공급망 역시 과부하가 걸렸다.

프랑스와 스위스 등지에서는 냉각수 과열 문제로 원자력 발전소 가동이 일시 중단되거나 출력을 낮췄으며,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에서는 7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유럽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기온이 상승하는 대륙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과거의 기후를 기준으로 설계된 인프라와 건물을 유지하고 있어 극심한 폭염에 따른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짚었다.

겨울철 보온 위주의 단열재 구조와 역사적 외관 보존 규정 등으로 인해 에어컨 보급률이 낮은 유럽식 건축 특성이 실내를 찜통으로 변모시켜 폭염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실제 교육 및 산업 현장에서도 취약성에 따른 차질이 잇따랐다.

영국 전국교사연합(NASUWT)은 일부 교실 온도가 40도까지 상승해 교사가 수업 중 기절하는 사례가 발생했다고 전했으며, 프랑스 등 일부 국가의 학교는 무더위로 인해 일시 휴교하거나 수업 시간을 조정했다.

프랑스의 한 자동차 공장에서는 작업장 내부 온도가 급등하자 노조 지도부가 파업을 촉구하는 등 산업 현장의 진통도 이어졌다.

정치권과 과학계는 이번 사태를 심각한 위기로 규정하고 있다.

카트린 괴링에카르트 독일 연방 의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폭염은 단순한 여름 날씨가 아닌 심각한 건강 위기"라고 지적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기습적인 폭염이 보건 환경과 생태계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과학계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향후 폭염의 발생 빈도와 지속 기간, 강도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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