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 분더샵의 편집숍 케이스스터디 1층. 참가자들이 캔버스 원단 위로 실을 엮어 나가는 자수 체험 워크숍이 진행됐다. 이곳은 프랑스 스니커즈 브랜드 베자(VEJA)가 일본 전통 자수 공동체 '사시코 걸스(Sashiko Gals)'와의 두 번째 협업을 기념해 마련한 팝업스토어다. 단순한 제품 출시를 넘어 '제품 수명 연장'과 '윤리적 소싱'이라는 지속가능한 패러다임을 구현하려는 시도를 담았다.

베자는 오는 9일까지 열리는 이번 팝업을 통해 사시코 걸스와 협업한 하이브리드 스니커즈 '살라' 특별 한정판을 단 12켤레만 판매한다. 살라는 비브람 아웃솔을 탑재해 일상과 아웃도어를 아우르는 모델로, 여기에 사시코 걸스의 자수 패턴을 더해 디자인을 완성했다. 지난해 3월 도쿄 도버 스트리트 마켓 긴자에서 빈티지 축구화 스타일의 '파넨카' 모델을 10족 한정으로 선보인 데 이은 두 번째 프로젝트다.
이번 협업은 두 주체가 공유하는 철학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다. 사시코 걸스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지역 재건을 위해 일본 오쓰치 마을의 여성들이 결성한 자수 공동체다. 장인들이 눈에 보이는 스티칭을 통해 의류나 신발을 수선·보강하던 일본 전통 '사시코' 기법을 현대적 트렌드와 접목해 가치를 알리고 있다.
제품을 오래 고쳐 쓰고 수명을 연장하고자 하는 이들의 작업 방식은 베자가 2020년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운영해 온 신발 리페어 프로그램 '코블러' 및 수선 전문 매장 '베자 제너럴 스토어'의 지향점과 맥을 같이 한다. 사시코 걸스 측은 이번 협업에 대해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브랜드 간의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장기적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2005년 세바스티앙 코프와 지슬랭 모릴리옹이 공동 설립한 베자는 공정무역과 사회적 책임을 핵심 가치로 대변하는 브랜드다. 이들은 별도 광고나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지 않는 대신 절감한 비용을 공급망 전반의 생산자와 환경을 지원하는 데 재투자하는 구조를 갖췄다.
베자는 스니커즈 밑창의 원료인 천연 아마존 고무를 플랜테이션(대규모 농장) 대신 자생 고무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하는 전통 기법의 아마존 '세링게이루(고무 채취자)' 가족 조합으로부터 직거래로 구매한다. 베자가 이들에게 지급하는 고무 가격은 1kg당 시장 가격의 5배 이상에 달한다. 2024년 기준 약 2800가구의 세링게이루와 협력해 보존한 아마존 우림은 8만5500헥타르에 이른다.
스니커즈 캔버스와 끈에 사용되는 유기농 목화 역시 브라질 및 페루 농민 협회와 직접 계약해 시장가보다 3배 높은 가격에 매입한다. 또 안감에 쓰이는 재활용 P.E.T는 브라질 '카타도레스'(폐기물 수집가) 협동조합으로부터 시장가의 4배 가격으로 구매한다. 물류 단계에서도 프랑스의 사회적 포용 물류 기업인 '로그인스'와 협력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베자 관계자는 "현재 유럽과 남미 쪽에서는 베자라는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지만, 아직 아시아권에서는 인지도를 넓혀가는 단계"라며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진행되는 사시코 걸스와의 협업을 발판 삼아 아시아 시장에서도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 시장에 대해선 "작년 하반기부터 브랜드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준비해왔다. 이번 팝업 역시 그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베자는 브랜드 방침상 광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의 철학과 뜻을 함께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의 행보를 더 기대해달라"고 덧붙였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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