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격려한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유니트리가 증시 상장을 위한 당국심사를 모두 통과했다. 중국 정부가 국가 자본시장까지 동원해 휴머노이드 키우기에 나서면서 '중국판 로봇 굴기'가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가 본격화할 경우 한국 제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유니트리의 기업공개(IPO) 및 과창판(커촹반·상하이증권거래소에 개설된 과학기술주 중심 시장) 상장 신청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증감회에 따르면 승인일은 지난 1일이며, 이번 승인 효력은 12개월간 유지된다. 이에 따라 유니트리는 상장 절차의 핵심 관문을 통과하면서 A주 시장 정식 입성까지 마지막 단계만을 남겨두게 됐다.
회사가 제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유니트리는 약 42억200만위안(약 9000억원)을 조달해 △스마트 로봇 모델 연구개발(R&D) 20억2200만위안 △로봇 본체 R&D 11억1000만위안 △신형 스마트 로봇 개발 4억4500만위안 △로봇 팹 건설 6억2400만위안 등에 쓴다.
2016년 중국 항저우에서 설립된 유니트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35% 증가한 17억1000만위안(약 3855억원)이다. 순이익은 2억8760만위안(약 650억원)으로, 204% 증가했다. 유니트리는 중국 피지컬 AI 업계에서 이익을 내는 몇 안 되는 기업이다.
경쟁력은 전기차 회사인 비야디(BYD)처럼 모터와 감속기, 제어기까지 모두 자체 설계하고 생산하는 수직계열화에 있다. 지난해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인 'R1'의 가격은 4만위안(약 800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5500여대를 출하한 유니트리는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점유율 32.4%로 1위를 차지했다. 다만 평균 판매가는 지난해 1~9월 16만7600위안(약 3797만원)으로 전년 대비 36% 정도 하락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4억2300만 위안(약 9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49% 증가했다.

지난 3월 20일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IPO를 신청한 유니트리가 불과 104일께 만에 심사 절차가 초고속으로 마무리된 점도 주목받고 있다.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과창판 IPO 사전 심사 제도 도입 이후 최단 기록이다. 중국 당국은 최근 '첨단 기술 자립·자강'을 내세우면서 관련 기업들의 자금 조달 문턱을 낮추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IT쥐쯔 집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체화 AI 및 로봇 부문에서는 226개 기업이 288차례 투자금 조달에 나섰으며, 공개된 조달 규모가 460억위안(약 10조400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규모를 넘겼다.
중국 전문가들은 과창판일보 인터뷰에서 올해가 휴머노이드의 '규모 있는 납품' 및 '현장 검증'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봤다. 휴머노이드가 실험실이나 박람회장의 전시용에서 벗어나 소규모 생산 및 주문 납품, 현장 테스트 등을 거칠 거란 전망이다.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들이 중국 자본시장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중국 정부는 로봇을 중국의 미래로 낙점한 분위기다. 중국 거시경제를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정산제 주임은 지난해 8월 '제14차 5개년 계획의 질적 완성'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하면서 로봇 스타트업의 기술 발전을 높이 평가했다. 중국 공산당은 올해부터 적용되는 '15차 5개년 계획'을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의 현장 투입 고도화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베이징시는 1000억위안 규모의 AI·로봇산업 펀드를 조성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장보 우한 동후아카데미 컴퓨터 소프트웨어(SW) 연구소장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 광명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은 전례 없는 속도로 기술적 장벽을 돌파해 새로운 질적 생산력 발전의 '새로운 엔진'이 되고 있다"며 "딥시크를 필두로 한 AI 대규모언어모델(LLM)의 폭발적 발전은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생태계에 강력한 힘을 주입했다"고 분석했다.
유니트리 외에도 중국의 휴머노이드 기업은 투자를 활발히 유치하고 있다. 선전의 로봇업체 '즈핑팡'은 지난달 시리즈B를 통해 10억위안(약 2010억원)을 조달했다. 갤럭시아, 림스다이내믹스, 러쥐로봇, 로봇에라, 엔진AI, 갤봇, X2로봇 등 중국의 휴머노이드 기업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모두 10억위안 규모 자금을 받았다.
차석원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중국의 저가 공세가 지속되면 시장 선점을 뺏길 가능성이 크다"며 "로봇 부품, 소프트웨어, 응용 산업 전반, 정책에서도 중국은 한국을 앞서 있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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