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방암은 10년 넘게 교과서가 나오지 않은 질환이다. 최신 진단·치료법을 확보해 의학 교과서를 제작하려면 2~3년가량 걸리는데 의학 발전 속도가 이를 따라잡아서다. 2년만 지나도 ‘옛날 진단·치료법’이 돼 교과서조차 만들 수 없다는 의미다.
이한별 서울대병원 유방외과 교수(사진)는 이런 최신 유방암 연구의 최전선에 서 있다. 불필요한 수술을 줄여 환자 고통을 덜어주는 게 목표다. 그는 “수술을 전담하는 외과 의사가 ‘왜 수술 안 할 방법을 찾느냐’는 부정적 시선도 있다”며 “하지만 이런 노력이 결국 환자 중심 의료 시대를 열 것”이라고 했다.
과거엔 유방암을 제거할 때 유방 밑 근육까지 도려낼 정도로 수술을 크게 했다. 최근엔 부분 절제만으로 치료하는 사례가 늘었다. 환자 부담을 덜고 수술 후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항암 치료를 먼저 한 2기 이상 유방암 환자도 과거엔 수술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 교수는 이런 관례적 치료에 의문을 품었다. 항암 치료를 하면 40~70%가량은 암이 없어지는 완전관해 상태가 된다. 이들에게 수술의 역할은 ‘진짜 완전관해가 됐는지’ 확인하는 것 외엔 없다. 이런 불필요한 수술 때문에 환자는 평생 가슴 흉터를 안고 살아야 한다. 수술 후 가슴이 비대칭으로 바뀌기도 한다. 구멍 뚫린 가는 관을 넣어 조직을 채취하는 검사(진공보조유방 생검술·맘모톰)로 수술을 대신할 수 있다면 환자 불편을 줄일 수 있다.이를 위해선 조직 검사상 암이 없어 수술을 생략해도 재발률과 생존율 등이 수술한 환자와 같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옵티미스트는 이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다. 이 교수는 “수술로 암을 완전히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필요한 수술을 줄이는 것도 환자에게 중요하다”며 “수술 생략 근거를 마련하는 연구는 외과의사만 할 수 있다”고 했다. 수술도 환자 맞춤 시대로 가야 한다는 취지다.
암 성질을 결정하는 유전자 연구도 많이 이뤄졌다. 수백 개에 이르는 유전자 중 어떤 게 크게 작용하는지 등을 세부 분석하면 항암 치료는 잘 듣지만 재발·전이가 많은 암 등을 구별할 수 있다. 이런 암이 있는 환자에겐 항암 치료를 적극 권고한다. 반대로 암 성질이 비교적 온순하고 재발 위험이 낮은 유전자형도 있다. 항암 치료가 듣지 않고 재발·전이 위험도 낮다. 이들에게 항암 치료는 불필요한 옵션이 된다.
암종별 특징을 나누는 유전자 발굴 연구를 2014년 시작했다. 한국인을 위한 유방암 치료 효과 예측 모델 ‘온코프리’ 개발로 이어졌다. 60세 이상 유방암 환자가 많은 미국·유럽과 달리 한국엔 50세 이하 ‘젊은 환자’가 많다. 국내 유방암 환자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폐경 전인 40대다. 미국 등에서 개발한 유방암 유전자 검사는 폐경 전 유방암 환자 상태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올해 2월 국내 허가를 받은 온코프리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진료 도구가 됐다. 이 교수는 유방암 진단·치료·관리 등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글로벌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저출산도 유방암 발생에 영향을 준다. 여성은 생리 때마다 유방 조직이 자극된다. 출산이 늦고 아이를 낳지 않아 생리 기간이 길어지면 자연히 유방암 위험이 커진다. 영양 상태가 좋아져 초경이 빨라지고 폐경이 늦어지는 것도 유방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유방암은 종류에 따라 접근법이 다르다. 호르몬수용체(HR) 양성 유방암은 10~15년 뒤 재발하는 환자가 흔하다. 다른 암보다 장기 추적해야 한다. 삼중음성 유방암처럼 공격적인 암도 있다. 이들 암은 단계에 맞는 항암 치료가 중요하다. 이 교수는 “국내 유방암 치료 수준은 세계 최고이기 때문에 진단받았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다”며 “유방, 갑상샘, 위, 대장 등의 암 수술 실력은 병원마다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빠르게 치료할 수 있는 지역 의료기관을 적극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 약력
△2002년 KAIST 생물과학과 졸업
△2006년 서울대 의대 졸업
△2016년~현재
서울대병원 유방외과 교수
대한유방암학회, 한국유전체학회,
대한종양외과학회 등 정회원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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