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앤트로픽…삼성 파운드리 '수주 행진'

입력 2026-07-03 17:41   수정 2026-07-04 00:56

삼성전자가 글로벌 인공지능(AI) 개발사인 앤트로픽의 AI 칩 개발에 들어간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이 칩을 최종 수주하면 테슬라와 구글, 엔비디아 등에 이어 초대형 고객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앤트로픽 칩 설계까지 관여

이날 외신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2나노(㎚·1㎚=10억분의 1m) 공정에서 앤트로픽의 AI 반도체 칩을 생산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여러 개 칩을 마치 한 개 칩처럼 결합하는 고난도 패키징 기술도 활용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칩 속의 미세 회로 설계부터 앤트로픽과 협업할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히 고객사가 제시한 설계에 따라 수탁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앤트로픽과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삼성전자는 “고객사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와 앤트로픽의 반도체 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앤트로픽이 맞춤형 반도체를 생산하기로 한 것 자체가 처음이다. 지난 5월 앤트로픽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삼성전자와의 파운드리 협업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이번에 본격적인 협업 단계로 진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최근 앤트로픽의 시리즈H 투자 라운드에 참여하면서 두 회사의 협업은 더욱 속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앤트로픽은 ‘클로드’라는 생성형 AI 서비스로 유명한 회사다. 오픈AI의 챗GPT와 비교하면 후발주자지만, 기술력 측면에선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기업가치가 1445조원에 달해 오픈AI의 상장 직전 가치(1264조원)를 넘어섰다.
◇삼성 기술력·가격경쟁력 통했다
앤트로픽이 삼성전자를 파운드리 파트너로 낙점한 건 2나노 공정 기술력을 높게 평가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최근 삼성전자가 2나노 공정 수율을 60% 이상까지 끌어올린 데 후한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

앤트로픽 내부의 ‘탈(脫)엔비디아’ 기류가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앤트로픽은 자체 데이터센터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엔비디아 칩을 대거 사야 하는데,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는 가격이 상승하는 데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자칫하면 데이터센터 건설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자체 칩을 보유하기로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의 경쟁이 수탁생산 업체인 TSMC와 삼성전자로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글로벌 양대 파운드리의 기술 진검승부로 번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번 협업 프로젝트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테슬라로부터 165억달러(약 25조원)어치 일감을 따낸 데 이어 구글, 퀄컴, 뉴럴링크 등 빅테크에서 반도체 수탁생산 제안을 받고 있다. 이번 수탁생산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면 다른 빅테크에서 추가 주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TSMC의 공정 서비스 가격에 부담을 느낀 빅테크들이 삼성전자를 선택지로 보기 시작했다”며 “수주 실적이 추가로 쌓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파운드리사업부가 연내 흑자전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강해령 기자/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hr.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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