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난 2026년 1월 국회를 통과해 2월 공포된 개정 「주식ㆍ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이 2027년 2월 4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분산원장을 원본 장부로
개정 전자증권법의 핵심은 분산원장을 '전자등록계좌부'로 정면으로 인정한 데 있다. 분산원장에 대해서도 종전의 중앙집중형 계좌부에의 전자등록과 동일하게 권리추정력, 양도입질의 효력발생 및 신탁의 제3자 대항력이 인정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토큰과 1:1로 매칭되는 전자증권을 별도로 발행해야 했던 조각투자 샌드박스 시절의 '미러링' 방식과 결별하고, 분산원장 그 자체가 법적 원본 장부가 되는 구조다.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가 분류한 토큰화 모델에 대입하면 우리 법제는 증권 자체가 처음부터 온체인에서 직접 발행되어 온체인 기록이 곧 원본 장부가 되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모델을 채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5월 민관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제2차 회의에서 주식·채권·MMF 등 정형증권의 토큰화를 단계별 로드맵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상장주식 토큰화가 바꿀 자본 시장
그동안의 조각투자는 부동산·미술품 등 비정형 자산에 대하여 이루어졌고, 비금전 신탁수익증권 또는 투자계약증권의 형태로 구조화되어 왔다. 이는 비정형 자산에 대한 조각투자를 제도적으로 증권으로 포섭함으로써, 발행·공시·불공정거래 규제 등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갖춘 새로운 제도권 투자상품으로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주식·채권 등 정형증권의 토큰화는 또 다른 차원의 의미를 갖는다. 이미 깊은 유동성과 표준화된 권리구조를 갖춘 시장을 온체인으로 옮기면, 24시간 거래·즉시 결제·권리행사 자동화라는 인프라 혁신이 시장 전체로 파급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유동성 증대와 거래비용 절감이 자본시장의 활력과 산업 전반의 자금조달 효율로 이어지는 파급효과가 폭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형증권 중에서도 주식의 토큰화는 특히 중요하다. 주식은 병합·분할·배당·의결권행사 등 기업행위(corporate action)라는 복합적 권리가 결합한 자산이므로, 이를 온체인화하여 결제뿐 아니라 배당 지급, 의결권 행사, 각종 기업행위까지 스마트컨트랙트로 자동화할 경우, 단순히 결제 효율화를 넘어 주주권 행사, 기업행위 전반의 디지털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식 토큰화의 파급력이 큰 것이다.
해외 사례를 보자. 미국은 2025년 12월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거래·시장국(Division of Trading and Markets)이 중앙예탁기관 DTC(The Depository Trust Company)에 유동성 높은 증권의 토큰화에 대한 3년간의 시범운영(pilot)에 대한 no-action letter(비조치의견서)를 부여하며 물살을 타고 있다.
다만 이 시범 프로그램은 증권 자체 또는 증권의 "래핑(wrapped)" 버전이 아니라, DTC 참가자의 증권에 대한 권리(entitlements)를 토큰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기초 증권의 등록상 소유자는 언제나 동일하게 유지되며, DTC의 명의수탁자인 Cede & Co. 명의로 남게 된다. 나스닥은 위 DTC의 시범 프로그램을 전제로 토큰화 주식 거래를 승인받았으며 뉴욕증권거래소가 24시간 거래 플랫폼을 예고했지만, 미국에서조차 특히 상장 주식에 대하여 배당·의결권 등 기업행위가 온체인에서만 완결되는 사례는 아직 드물며 이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은 직접 주식 토큰화에 있어서도 여전히 디지털 트윈형 모델을 취하고 있으며, 즉 오프체인 원장이 권리의 기준이 되고 온체인 기록은 그 권리를 표상·이전하기 위한 보조적 수단의 성격을 취하고 있다.
우리 시장에서도 주식 토큰화를 검토할 수 있다. 2025년 9월 23일 자로 발효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한국예탁결제원이 소수 단위 주식을 신탁받아 수익증권을 발행하는 구조가 제도화되었으므로, 비상장주식의 경우 이와 같은 주식 신탁 및 수익증권 발행 제도를 이용하여 간접 토큰화가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자본시장 전체의 관점에서 더 큰 의미는 상장주식 토큰화에 있다. 상장주식은 가장 유동성이 깊고 표준화된 자산이어서 온체인화의 효율성 이득이 가장 크며, 시장 전반의 인프라 전환을 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계적 온체인 전환해야
다만 상장주식의 기업행위를 처음부터 완전히 온체인에서 처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행 전자증권법상으로도 배당·의결권 등 기업행위는 전자등록계좌부에서 직접 완결되지 않고, 발행회사·명의개서대리인·전자등록기관·계좌관리기관을 통하는 별도의 절차를 거쳐 주주명부 층위에서도 처리된다. 즉, 유통 원장과 기업행위의 기준 장부가 분리되어 함께 운영되고 있는 구조다.
그러나 이러한 점 때문에 상장주식 토큰화를 본격적으로 도입하지 않을 필요는 없다. 초기에는 기업행위를 오프체인 장부로 처리하는 'two-track' 방식으로 출발하고, 온체인 인프라가 충분히 검증되는 대로 단계적으로 온체인 비중을 높이는 접근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계적 방안이 개정 전자증권법의 분산원장 도입 취지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 개정법은 분산원장을 원본 장부로 인정하면서도 총량 관리·초과분 해소·권리자 보호라는 기존 원칙을 유지하도록 설계됐고, 분산원장등록주식등과 기존 전자등록주식등 간의 상호 전환도 허용하고 있다.
우리 전자증권법은 분산원장을 원본 장부로 인정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모델을 채택함으로써, 온체인 기록을 오프체인 장부의 그림자에 머무르게 하는 미국식 디지털 트윈 구조보다 한발 앞선 법적 토대를 갖췄다. 그러나 법제의 지향점이 앞서 있다는 사실이 곧 모든 기업행위를 처음부터 온체인에서 완결해야 함을 뜻하지는 않는다. IOSCO 역시 2025년 11월 금융자산 토큰화 최종보고서에서 "토큰화로의 전환은 혁명적이라기보다는 진화적 속도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당분간 기존 인프라와 새로운 인프라가 공존할 것"이라는 취지를 언급한 바 있다.
상장주식이라는 가장 깊은 유동성의 시장을 온체인으로 옮기되, 기업행위는 검증된 오프체인 인프라와 병행하는 two-track에서 출발해 단계적으로 온체인 비중을 넓혀가는 방안을 해외 사례를 참고하여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단계적 이행이 임시방편이 아니라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최종 지향점을 향한 정합적 경로로 설계되는 것이며, 그 성패는 2027년 2월 시행 전까지 하위법령과 온체인 결제·권리행사 인프라를 얼마나 촘촘히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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