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자산운용사부터 사모펀드까지 다양하게 이뤄지는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를 집계할 직접적인 수단은 없다. 다만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이뤄지는 엔화 선물에 대한 약세 베팅 물량을 통해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질수록 엔 캐리 트레이드는 증가하고, 엔화 선물 매도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CME에서 엔화 쇼트 포지션은 지난달 23일 기준 18만7856계약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여섯 배 이상 급증했다. 블랙 먼데이 직전인 2024년 7월 30일(9만8058계약)과 비교해도 두 배가량 많다.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도 그만큼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누적된 엔 캐리 트레이드는 특정 요인에 의해 빠르게 청산될 수 있다. 일본 기준금리가 오르거나 엔화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다. 엔화의 ‘돈값’이 올라가면 캐리 트레이드의 기대 수익이 줄어들거나 손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40년 만의 최저치인 엔화 가치는 역설적으로 반등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엔저 현상은 달러로 가격이 책정된 에너지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일본 경제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지난달 연 1%까지 금리를 올린 일본은행이 금리를 더 인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위험 신호다.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상환 부담 증가는 일본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미루는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재정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낮은 기준금리에도 국채 금리는 상승하고 있다. 일본은행으로서는 기준금리 인상을 주저할 요인이 줄었다.
다만 우려가 지나치다는 시각도 많다. 우선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더라도 미국과의 격차가 좁혀질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그 이유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하세에 들어선 2024년과 달리 올해는 2~3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기준금리가 올라도 2.75%포인트에 달하는 미국과의 격차가 유지되면 엔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할 유인이 적다.
일본 정부가 추가 금리 인상을 반대하는 점도 가까운 시일 내에 엔화 강세를 예상하기 힘든 이유다. 경기 회복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는 재정 확대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기준금리 동결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도 일본은행을 향해 ‘경제와 물가, 금융 상황에 맞는 적절한 금융 정책 운용’을 요구했다.
시장이 2년 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경험해본 만큼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켓워치는 “청산 요인이 발생하더라도 이전과 같은 급격한 포지션 정리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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