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임원 10명을 모두 다른 부서로 이동시키는 안을 만들어 오세요."라고 인사팀장에게 지시했다. 기계적으로 10명 전원을 순환 배치하는 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보고했다가 "왜 김 상무를 여기에 보냈어? 원칙이 뭐야?"라는 말을 들을 가능성이 크다.
경영자의 한 마디는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의중을 읽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임원의 선발과 유지, 이동 배치와 퇴직은 더욱 그렇다.
과거 직속 상사 지시만 믿고 CEO에게 보고했다가 크게 질책을 받은 경험이 있다. 직속 상사는 CEO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결국 보고서는 처음부터 다시 작성해야 했다. 그 이후 한 가지 원칙을 세웠다. ‘CEO지시 사항은 의중 파악이 가장 먼저다.’
일을 하거나, 보고서를 작성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CEO가 왜 이동을 지시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조직에 긴장감을 주려는 것인지? 사업을 혁신하려는 것인가? 성과가 낮은 조직을 바꾸려는 것인가? 차기 CEO 후보를 육성하려는 것인가?
그 중 어느 것에 방점이 찍혀 있는지에 따라 인사의 방향은 많이 달라진다. 의도를 모른 채 만든 결과물은 성공하기 어렵다. 사람과 관련된 일을 다루는 인사 부서는 특히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
임원 이동은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할까?
첫째, 사업 전략과의 연계. 신사업을 강화하는데 기존 사업 임원을 그대로 두는 것은 변화와 맞지 않다. 조직개편은 결국 사업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둘째, 성과와 역량. 성과가 좋은 임원이라고 반드시 현재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조직에서도 성과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반대로 현재 성과가 낮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임원도 있다.
셋째, 조직의 성장. 특정 조직에서 오래 근무한 임원은 업무에는 능숙하지만 변화에는 둔감해질 수 있다. 새로운 환경에서 경험을 넓히는 것도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넷째, 후계자 육성(전략적 CDP). 임원 인사는 현재만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핵심 팀장과 차세대 리더를 어떤 조직에서 성장시킬 것인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임원 이동과 핵심인재 육성을 별개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모든 임원을 이동시키는 것은 조직과 구성원에게 큰 혼란과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동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업무의 연속성이다.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임원, 고객과의 신뢰가 사업의 핵심인 임원, 인수합병(M&A)이나 공장 신설처럼 중요한 과제를 책임지고 있는 임원, 전문성 높은 장기 연구개발(R&D) 임원은 신중해야 한다. 성급한 이동은 성과보다 손실이 더 클 수 있다.
조직문화도 살펴야 한다. 갈등이 심한 조직에 또 다른 갈등형 리더를 보내는 것은 문제를 키울 뿐이다. 조직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먼저 진단해야 한다.
개인의 전문성과 적성도 중요하다. 영업 전문가를 연구개발 책임자로 보내거나 재무 전문가를 생산총괄로 배치하는 것은 순환보직이 아니라 조직 실험이 될 수 있다.
임원 인사가 있기 전후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많은 기업이 임원 인사 결과만 발표한다. 하지만 좋은 기업은 발표 전에 충분히 설명한다. 왜 이동하는지, 무엇을 기대하는지, 어떤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지를 공유한다.
이동 전에는 CEO와 해당 임원의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 이동 후에는 새로운 조직의 목표와 역할을 명확히 알려주고, 일정 기간 적응을 지원한다. 일정 기간 후 중장기 전략과 지원 사항에 대한 CEO 보고를 한다.
인사 발령이 끝났다고 인사가 끝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때부터 시작이다. 중견기업과 대기업은 매년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실시한다. 반면 중소기업은 CEO 판단에 따라 수시로 조직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더욱 원칙이 중요하다. CEO의 한 마디에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쉽다. 그러나 사람을 움직여 성과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좋은 임원 인사는 많은 사람을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적합한 사람을 가장 적합한 자리에 배치하는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고 하지만 사실은 아니다. 인사는 정확히 말하면 사업과 연계해 조직, 사람, 제도, 문화의 가치를 올리고 회사가 지속 성장하도록 이끄는 직무인 것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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