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병에 ‘부산·대천·제주’…주류업계가 지역명 탐내는 이유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입력 2026-07-18 05:59  

술병에 ‘부산·대천·제주’…주류업계가 지역명 탐내는 이유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주류업계가 제품 이름과 상표에 지역명을 새기고 있다. 향토 주류사는 연고지를 전면에 내세워 지역 소비자의 충성도를 끌어올리고, 전국 주류사는 지역별 한정판을 앞세워 안방 브랜드의 점유율을 파고드는 방식이다.
하이트진로, 부산 에디션 출시

하이트진로는 이달 부산 지역에서만 판매하는 ‘참이슬 부산 에디션’을 선보였다. 참이슬 상표에 부산을 상징하는 이미지와 문구를 넣은 지역 한정 제품이다. 앞서 제주에서도 지역 전용 에디션을 내놓은 데 이어 지역별 패키지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전국 유통망을 갖춘 참이슬이 판매 지역을 일부러 제한한 것은 부산 소주 시장의 특수성과 관련이 있다. 부산·경남은 대선주조와 무학 등 향토 업체의 영향력이 강한 곳이다. 소주 선택이 맛이나 가격뿐 아니라 지역 정서와 연결돼 있어 수도권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진 브랜드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참이슬 부산 에디션은 제품의 맛이나 도수를 바꾸기보다 상표와 판매 지역을 현지에 맞춘 제품이다. 지역명을 활용해 부산 소비자와의 거리감을 줄이는 동시에 관광객에게는 여행지에서만 접할 수 있는 상품으로 판매하려는 시도다.


지역 주류업체는 … 선양 '대천', 대선주조 '부산'

향토 업체는 지역명을 더 직접적으로 사용한다. 대선주조는 지난 2월 신제품 이름을 아예 ‘부산’으로 정했다. 병 전면에 한자로 ‘釜山’을 쓰고 ‘메이드 인 부산’ 문구를 넣었다. 창립 96주년을 맞은 부산 기업이라는 점을 제품명 자체에 담았다. 제품 도수는 15.7도다.

대선주조가 ‘부산’을 내놓은 것은 지역 소주 시장에서 브랜드와 회사의 연고를 다시 묶으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기존 대선 브랜드를 아는 소비자뿐 아니라 부산을 찾은 관광객에게도 제품의 출신지를 즉시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만든 부산 소주’라는 설명만으로 상품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충청권에서는 선양소주가 ‘대천’을 택했다. 선양소주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충남 보령 지역 식당과 주점에서만 판매하는 ‘대천 에디션’을 내놨다. 대천해수욕장과 보령머드축제를 찾는 관광객을 겨냥해 판매 장소와 물량을 제한한 상품이다.

대천 에디션은 전국 진출을 노리는 신제품이라기보다 지역 상권용 상품에 가깝다. 편의점과 대형마트가 아니라 보령의 음식점과 주점을 중심으로 공급해 관광객이 현지에서 술을 주문하도록 유도한다. 지역 식당에는 다른 지역에서 살 수 없는 메뉴가 생기고, 선양소주는 충청권 향토기업이라는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
" 할인 없이 구매유도 가능"

지역 한정판은 가격 할인 없이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전국에서 판매되는 술은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경쟁 제품과 나란히 놓인다. 지역에서만 판매하는 제품은 관광객에게 희소성이 생긴다. 평소 마시는 술과 성분이 크게 다르지 않아도 여행 기념이나 사진 촬영을 위해 주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술병은 지역 홍보물 역할까지 한다. 지역명이 크게 쓰인 병이 음식점 테이블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면 지자체와 관광지 이름도 함께 노출된다. 업체와 지자체가 축제 기간에 지역 상표를 붙인 주류를 공동으로 내놓는 이유다.

주류업계의 지역 마케팅은 더 세분화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는 한라산이나 지평처럼 생산지 이름을 상시 브랜드로 사용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지금은 전국 브랜드가 도시별 패키지를 만들고, 향토 업체가 해수욕장이나 축제 단위로 판매 지역을 좁히고 있다.

다만 이름만 바꾼 지역 한정판이 반복되면 소비자의 관심은 빠르게 식을 수 있다. 제품의 원료나 생산 시설, 지역 음식, 축제, 판매 업소와 연결되지 않으면 지역명만 빌린 판촉 행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유행은 빠르게 번지지만 그 이면은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트렌드워치’는 뜨는 소비 트렌드 뒤에 숨은 업계의 전략과 시장의 변화를 추적합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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