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 일정이 빠듯해 근로자대표와의 탄력근무제 합의가 시급했던 어느 제조업체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내용인즉슨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이 있으니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범위를 기준으로 과반수 이상의 노동조합이 근로자대표가 되는지, 아니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범위를 기준으로 산정한 노동조합이 그 대표가 되는지이다. 이는 두 법이 모두 '과반수'라는 비슷한 개념을 사용하고 있어 실무에서 자주 혼동을 초래하는 쟁점이다. 법령의 세부 내용을 차분히 확인하면 답은 분명하지만, 시급한 현안 앞에서 즉시 명쾌한 답을 내놓기란 쉽지 않은 내용임은 분명하다.
이와 관련한 실무상의 체크포인트는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인지 판단해야 하거나 단체협약의 적용 범위를 가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각 법령의 문언이 무엇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지부터 살피는 것이 검토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이다.
먼저 근로기준법이다. 근로기준법은 정리해고(제24조), 탄력근무제(제52조 이하),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제94조) 등에서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으면 그 노동조합을 상대로 협의·합의·동의 등의 절차를 거치도록 정하고 있다. 이때 과반수 노조인지는 사업(장)의 전체 근로자를 모수로 판단한다(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315). 그리고 모수가 되는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의 사용자에 해당하는 사람을 제외한 모든 근로자를 뜻한다(고용노동부 근기 68207-4269). 이는 근로기준법의 독자적인 해석 기준이다. 따라서 노동조합 규약이나 단체협약에서 조합원 가입 대상이 아니라고 정한 직군이 있더라도, 그와 무관하게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와 '근로자' 개념에 따라 모수를 산정해야 한다(고용노동부 근로기준과-6634).
다음은 노동조합법이다. 노동조합법은 하나의 사업(장)에서 동종 근로자 반수 이상이 하나의 단체협약을 적용받게 되면, 그 사업장의 나머지 동종 근로자에게도 해당 협약이 적용되도록 하고 있다(일반적 구속력, 법 제35조). 근로자의 '반수 이상'을 따진다는 점에서 근로기준법의 과반수 노조 판단과 비슷해 보이지만, 뜯어보면 차이가 분명하다. 우선 여기서의 ‘사용자’, '근로자'는 노동조합법상 개념이다. 또한 '동종'에 해당하는지도 함께 판단해야 하고, 단체협약에서 노사가 조합원의 범위를 정해 두었다면 그 규정이 동종의 범위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대법원도 일반적 구속력에 따라 협약의 적용을 받게 되는 '동종의 근로자'란 해당 단체협약의 규정상 그 협약의 적용이 예상되는 사람을 가리키며, 단체협약의 규정상 조합원 자격이 없는 사람은 협약의 적용이 예상된다고 볼 수 없어 그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2001다28596 판결).
정리하면, 단체협약의 적용 확장 여부를 판단할 때는 먼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는 사람을 모수에서 제외한 뒤, 단체협약이 정한 조합원 범위에 따라 '동종' 근로자의 구체적 대상을 확정해 모수로 삼는다. 단체협약에 별도의 정함이 없다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의 개념을 살펴 이익대표자 등 법령 및 해석에 따른 사용자를 제외하여 근로자를 모수로 정하고, 해당 노동조합이 그 반수 이상으로 조직되었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참고적으로 더 구분해 둘 개념도 있다.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자격 기준이 되는 '조합원 과반수'다. 이는 법문언 그대로 해당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전체의 (종사)근로자인 조합원을 모수로 하여, 그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을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다(법 제29조의2, 시행령 제14조의7).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유효요건으로 요구되는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 역시 마찬가지로, 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전체의 (종사)근로자인 조합원 과반수를 기준으로 해석한다(법 제41조).
이처럼 같은 '과반수'라도 어느 법령에 근거한 판단인지에 따라 모수와 산정 기준이 달라진다. 중요한 인사제도를 시행하거나 단체협약의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할 때 각 법문언의 차이와 해석 기준을 구분해 이해해 둔다면, 시급한 현안 앞에서도 정확한 판단이 가능해지고 그만큼 인사관리에 대한 신뢰와 수용도도 높아질 것이다.
기세환 태광노무법인 대표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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