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를 한 번도 내지 않았는데 보험료가 30만원 넘게 올랐습니다.”
테슬라 모델Y를 운전하는 직장인 김모씨(38)는 최근 자동차보험 갱신 견적을 받아보고 놀랐다. 지난해와 운전 조건이나 사고 이력이 달라지지 않았지만 보험료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여러 보험사의 견적을 비교해도 금액 차이는 크지 않았다.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면서 차주들의 보험료 부담도 커지고 있다. 배터리와 첨단 센서, 알루미늄 차체 등 고가 부품이 적용된 전기차는 경미한 사고에도 수리비가 크게 발생한다. 같은 차종의 평균 손해액이 높아지면 사고가 없는 운전자의 갱신 보험료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화재·폭발 사고의 손해액 격차는 더 컸다. 전기차의 화재·폭발 사고 한 건당 평균 손해액은 1668만원으로 내연기관차의 726만원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전기차의 보험금이 비싼 가장 큰 이유는 수리 구조에 있다. 내연기관차라면 범퍼나 외장 부품만 교체하고 끝날 사고도 전기차는 카메라와 레이더, 초음파 센서 등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다시 점검하고 보정해야 한다.
차량 하부에 충격이 가해졌다면 고전압 배터리의 손상 여부도 별도로 진단해야 한다. 배터리 내부의 일부 모듈만 수리하기 어려운 차량은 배터리 팩 전체를 교체해야 해 비용이 수천만원으로 불어날 수 있다.
최근 전기차에 확대 적용되는 알루미늄 차체와 ‘기가캐스팅’ 공법도 수리비를 높이는 요인이다. 기가캐스팅은 여러 차체 부품을 하나씩 조립하는 대신 대형 알루미늄 구조물로 한 번에 주조하는 방식이다. 생산비를 낮추고 차체 강성을 높일 수 있지만 사고가 나면 손상된 일부 부품만 떼어 교체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전기차 전용 부품과 공식 서비스센터 중심의 정비 체계, 소프트웨어 진단과 센서 재교정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보험사가 지급하는 보험금도 늘어나는 구조다.
특정 차종의 사고가 잦거나 수리비가 많이 들면 보험사가 해당 차종의 차량등급과 손해율을 보험료에 반영한다. 사고가 없는 운전자라도 같은 차종의 전체 손해율이 악화하면 보험료 인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전기차 판매 증가도 보험사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지난 5월 테슬라 모델Y는 6570대가 신규 등록돼 국내 승용차 월간 등록 1위에 올랐다. 지난해 국내 신규 전기차 등록 대수는 22만177대로 전년보다 50.1% 증가했고, 누적 등록 대수도 90만대에 육박했다.
차량이 빠르게 늘어날수록 보험사가 축적하는 사고 사례도 많아진다. 고액 수리 사례가 반복되면 해당 모델과 전기차 전체의 보험료를 끌어올리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전기차 판매가 늘면서 배터리와 센서, 차체 수리에 고액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사례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며 “특정 모델의 향후 보험료는 해당 차량의 사고 빈도와 평균 수리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테슬라의 자체 자동차보험인 ‘테슬라 인슈어런스’다. 테슬라는 미국 일부 지역에서 차량이 수집한 운전 데이터를 활용해 보험료를 산정한다. 급제동과 급회전, 전방 차량과의 거리, 야간운전 비중 등을 종합해 ‘세이프티 스코어’를 매기고 다음 달 보험료에 반영한다.
차량 가격과 차종이 같더라도 안전하게 운전한 가입자에게 더 낮은 보험료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보험사는 사고 위험이 낮은 운전자를 가려낼 수 있고, 가입자는 자신의 운전습관을 개선해 보험료를 낮출 수 있다.
국내에서도 내비게이션 앱의 운전점수나 주행거리를 활용한 할인 특약이 운영되고 있다. 다만 완성차가 차량에서 생성되는 급제동·급가속과 센서 작동 등 실시간 데이터를 직접 보험요율에 반영하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현행 보험업법상 완성차 업체가 보험상품을 직접 판매하려면 보험회사 인가를 받아야 한다. 차량 주행 데이터를 보험료 산정에 활용하는 과정에서도 개인정보 제공 동의와 데이터 소유권, 보험요율 산정 및 승인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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