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고소득 노인 배제…'하후상박' 구조로

입력 2026-07-16 18:01  


고령자의 70%에게 월 35만원을 주는 기초연금의 지급 기준이 12년 만에 ‘전체 중위소득의 일정 비율 이하’로 바뀐다. 소득이 낮은 고령자에게 기초연금을 더 많이 주는 ‘하후상박’ 방식의 개편 방향은 예고됐지만 지급 기준을 중위소득으로 바꾸고, ‘70%’를 조정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16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노인의 소득 수준을 고려해 하위 70% 지급이라는 기초연금의 지급 기준 변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소득 하위 70%의 고령자’이던 지급 기준을 ‘소득이 중위소득의 일정 비율 이하인 고령자’로 바꾼 뒤 이 비율을 점차 낮추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미 받고 있는 기초연금은 깎지 않는다.
'하위 70%' 숫자 조정 첫 공식화…저소득층 더 주는 방식으로 변경
중위소득 적용하면 수급자 감소…23조 넘던 재정부담도 줄어들듯
단군 이래 최고 학력·최고 자산을 자랑하는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본격적으로 은퇴하면서 고령자의 소득 수준은 전 국민 평균과 비슷한 수준까지 향상됐다. 그런데도 전체 고령자의 70%에게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기초연금 수급 기준은 12년째 변화가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기초연금에 들어가는 국민 세금은 20조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보건복지부가 올 하반기 주요 개혁과제로 ‘기초연금 선정기준 개선’을 공식화한 이유다.
◇“하위 70%→중위소득으로 기준 변경”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기초연금 선정 기준을 ‘고령자의 하위 70%’로 고정하지 않고 기준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변경할 것”이라며 “상세한 기준은 국회와 상의해서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기준 중위소득이란 전국의 모든 가구를 소득순으로 줄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있는 가구의 소득을 뜻한다. 2026년 기준 ‘고령자 하위 70%’의 소득은 중위소득의 96.3%까지 올라왔다. 이에 정부는 중위소득에 연동한 ‘캡’을 씌워 시간이 지날수록 이를 초과하는 고소득층은 자연스럽게 수급 대상에서 빠지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기준 중위소득 100%를 기초연금 지급 기준으로 설정하면 2050년 재정지출은 41조원으로 예상보다 5조원가량 줄어든다. 보건복지부는 기초연금 지급 기준을 중위소득의 100%로 하는 방안과 70%로 하는 방안 등을 놓고 다양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과 같이 수급 대상자에게 일괄적으로 같은 금액을 지급하지 않고, 저소득층 고령자에게 더 많은 연금액을 지급하는 ‘하후상박’ 구조도 도입할 계획이다. 다만 지급 기준을 바꿔도 이미 기초연금을 받고 있는 고령자의 연금액을 깎지는 않을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기초연금을) 받는 걸 깎는 건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위 70%라는 기준 자체를 손질하되, 기수급자에 대해서는 이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기초연금 개편 내용은 2027년 예산안에도 반영될 예정이다. 하반기 예산부수법안으로 제정한 뒤 내년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중위소득 ‘캡’ 씌워 재정부담↓
기초연금 개편은 이 대통령이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필요성을 제기해온 사안이다.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은 “월 200만원 이상 소득이 있는 사람이 1인당 34만원을 받는 게 이상한 것 같다”며 “연간 몇조원씩 재정 부담이 늘어나는데 그게 맞느냐”고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기초연금 제도는 2014년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처음 도입했다. 하지만 수급 기준이 12년째 고정되면서 기초연금에 들어가는 국가 재정이 첫해 5조2000억원에서 올해 23조1000억원(추정치)으로 불어났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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