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 ‘참교육’…현실 부수는 ‘무법중년’ 드라마 열풍 [김희경의 컬처 인사이트]

입력 2026-07-22 06:04  

‘김부장’ ‘참교육’…현실 부수는 ‘무법중년’ 드라마 열풍 [김희경의 컬처 인사이트]



“촉법소년? 표현 좋네. 그럼 난 무법중년 해야겠다.”
자신은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나쁜 일을 하고도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 맞서는 인물 앞에서 중년의 남성 김 부장(소지섭 분)은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시원한 액션으로 상대를 응징한다.

6월 26일 첫 방영된 SBS 드라마 ‘김부장’ 속 한 장면이다.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 작품은 6회에서 최고 시청률 22.3%를 기록했다. ‘열혈사제’(22%)를 제치고 역대 SBS 금토드라마 2위에 올랐다. 1위와의 격차도 점점 좁히고 있다. 1위는 ‘펜트하우스 2’(29.2%)에 해당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투둠’에서 집계한 넷플릭스 톱10에 따르면 6월 6~12일 ‘김부장’의 시청수(시청 시간을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는 910만으로 비영어 쇼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2주 연속 선두에 해당한다. 국가별로는 한국, 필리핀, 싱가포르, 카타르 등 22개국에서 1위에 올랐으며 72개국에선 톱10에 들었다.

중년 남성의 액션 서사가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김부장’뿐만 아니라 앞서 6월 5일 공개됐던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참교육’도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이 작품들은 단순히 특정 연령과 성별의 이야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빠른 전개와 과감한 액션 등이 어우러져 하나의 새로운 장르로 인정받고 있다. 급변하고 있는 콘텐츠 시장 환경에 걸맞은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평범함에 감춰진 특별함을 드러내다


‘김부장’은 제목처럼 지극히 평범한 은행원 김 부장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는 SNS도 할 줄 모르고 고등학생 딸 민지(서수민 분)와의 소통에도 서툴다. 그러나 민지를 향한 마음만은 진심인 인물이다. 부당한 상황에도 딸을 지키기 위해 쉽게 무릎을 꿇는 모습도 보인다. 그런데 1화 후반부터 그의 정체가 밝혀지며 분위기가 반전된다. 총칼 자국으로 가득한 김 부장의 몸이 드러나며 과거의 모습이 하나씩 나온다. 그는 북한 출신의 간첩이었다가 남한의 특수 요원이 됐다. 하지만 민지를 낳다 숨진 아내의 뜻에 따라 딸을 위한 삶만을 살아간다. 그러다 그는 납치된 민지를 구하기 위해 숨겨놨던 실력을 과감히 드러낸다. 영화 ‘테이큰’에 견줄 만큼 시원하고 통쾌한 액션, 회차별로 하나씩 퀘스트를 수행하는 듯한 몰입감과 긴장감이 돋보인다. 이뿐 아니라 성한수(최대훈 분), 박진철(윤경호 분)과 같은 인물들이 김 부장을 도와 ‘아빠 어벤저스’로 활약하며 더 큰 재미를 자아내고 있다.

‘김부장’뿐만 아니라 중년 남성을 내세운 드라마는 연이어 나오고 있다. ‘참교육’도 중년 남성에 해당하는 나화진(김무열 분)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나화진은 교권보호국 감독관으로서 교권 보호를 위해 다양한 활약과 액션을 선보였다. MBC 드라마 ‘오십프로’, JTBC 드라마 ‘아파트’도 이에 해당한다. 6월 27일 종영한 ‘오십프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실은 국정원 블랙요원, 북한의 특수공작원, 조직의 2인자였던 세 중년 남성의 이야기를 다룬 액션 코미디다. 배우 신하균, 오정세, 허성태 등이 출연했다. 7월 11일 첫 방영된 ‘아파트’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선거에 뛰어든 전직 조직 보스 해강이 주민들과 함께 각종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배우 지성, 하윤경, 박병은 등이 출연한다.

그동안 중년 남성의 서사는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남성 서사라고 해도 20~30대가 중심을 이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등장과 맞물려 여성 캐릭터 서사가 크게 늘어나기도 했다. 중년 남성의 이야기는 2025년에 나온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처럼 주로 중년의 무게와 차가운 현실을 담은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런데 ‘김부장’, ‘참교육’처럼 최근엔 반전과 전복의 쾌감을 선사하는 캐릭터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해당 작품들은 김 부장처럼 사회에 순응하고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는 것만 같은 평범함을 강조한다. 이는 비단 특정 세대와 성별의 이야기는 아니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찾아볼 수 있는 현대인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참고 인내하며 살았을 뿐 실은 엄청난 저력이 있었으며 현실을 전복할 힘까지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 누구나 평범하지만 실은 특별하기도 한 존재라는 점을 드라마는 이 같은 판타지를 통해 구현한다. 그중에서도 ‘아저씨’, ‘꼰대’ 등으로 여겨졌던 중년 남성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를 강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부조리한 현실을 해결하는 판타지


중년 남성 드라마들의 다른 공통점들도 있다. 주인공들이 단순히 숨겨둔 힘을 세상에 드러내는 설정에 그치지 않는다. 그 힘은 부조리한 현실과 맞서는 데 활용된다. ‘김부장’과 ‘참교육’은 특히 학교 폭력을 소재로 삼는다. 학생들의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폭력을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는 어른들의 횡포, 미비한 사회적 제도 문제를 함께 드러낸다. 해당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서 현실에서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는 학교폭력 문제와 적극 맞서고 해결하는 주체로 그려진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히어로물에서 볼 법한 특별한 사명감으로 싸우는 것은 아니다. 특별함을 숨기고 평범한 일상을 살던 중년 남성 주인공들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다. ‘김부장’에선 딸을 지키기 위한 부성애가 동력이 된다. ‘참교육’에선 주인공이 교사였던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난 후 그 뜻을 이어가기 위해 나선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모습은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딸과의 관계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서툴지만 다가가려는 아버지, 냉철해 보이지만 연인을 그리워하는 애틋한 마음을 가진 남성으로서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쉽게 공감하고 감정을 몰입하게 된다.

‘김부장’, ‘참교육’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인 만큼 웹툰의 특색도 잘 반영되어 있다. ‘김부장’엔 촘촘한 서사와 섬세한 감정선이 강조되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부분을 생략하고 과감하게 이야기를 전개해 내간다. 이에 따라 ‘김부장’은 10부작으로만 구성됐다. 보통 지상파 미니시리즈가 12~16부작으로 제작되는 것에 비해 훨씬 짧다.

대신 다양한 액션 신을 배치해 ‘보는 재미’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한다. 최근 웹툰뿐 아니라 숏폼 드라마 등이 유행하며 빠른 전개, 강렬하고 직관적인 연출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김부장’과 ‘참교육’은 이 같은 새로운 시청 트렌드에 맞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김부장’에선 남북 양측이 주인공을 쫓는다는 설정으로 추격전의 스케일을 키웠다. 딸을 구하기 위해 김 부장이 돌진해 가는 가운데 적들은 김 부장을 잡기 위해 여러 곳에서 빠르게 치고 들어온다. 시청자들이 주인공과 함께 마치 게임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 이유이다.

중년 남성의 액션 서사는 이처럼 분명 장점이 많다. 짜릿함과 통쾌함을 선사한다는 점, 현실 문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 등이 특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작품들을 보며 잊지 말아야 할 사실도 있다. 해당 드라마 대부분엔 폭력성 논란이 함께 따라다닌다. 글로벌 OTT의 장르물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과감한 액션으로 인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자극을 지나치게 추구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모든 문제를 초법적 수단인 폭력으로 해결한다는 점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이 또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이나 제도적 장치가 현실에 없기 때문이 아닐까. 판타지 설정이 아니면 도저히 작품 안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말이다. 드라마를 그저 드라마로만 즐기기보다 현실에서의 문제 해결 방안도 함께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김희경 인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영화평론가 kimhk@inj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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