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코인·결제까지…‘투자 슈퍼앱’ 전쟁[디지털 금융 대전환①]

입력 2026-07-22 05:26  

주식·코인·결제까지…‘투자 슈퍼앱’ 전쟁[디지털 금융 대전환①]




증권사와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비트코인을 사고파는 중개 플랫폼을 넘어 주식과 가상자산, 결제, 자산관리까지 하나로 연결하는 ‘금융 슈퍼앱’의 핵심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증권사와 가상자산 거래소가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며 금융 플랫폼 주도권 경쟁에 돌입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기업결합 심사와 규제 체계 마련이 장기화하면서 디지털자산 산업 재편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거래소 품은 미래에셋…슈퍼앱 밑그림

올해 하반기 들어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는 미래에셋그룹과 네이버·두나무의 희비가 엇갈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월 9일 미래에셋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의 코빗 지분 92.06% 취득을 승인했다. 인수 금액은 약 1334억원이다. 공정위는 코빗의 시장점유율이 약 0.5%에 불과하고 거래소 간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번 승인으로 미래에셋은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를 계열사로 확보하게 됐다. 현재 원화 거래를 지원하는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곳뿐이다. 업비트가 약 69%의 점유율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빗썸(28%), 코인원(2%), 코빗(0.5%), 고팍스(0.1%)가 뒤를 잇는다.

미래에셋은 향후 제도 정비에 맞춰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자산 수탁(커스터디), 실물연계자산(RWA)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이 내건 비전은 주식, 채권, 펀드, 가상자산, 실물자산 토큰이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거래·결제·수탁·투자가 동시에 이뤄지는 글로벌 종합 플랫폼을 선보이는 것이다.

다만 모든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국회와 정부가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에는 거래소 대주주의 지분율을 제한하는 방안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 현재는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은 법인의 최대 지분율을 34%로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 경우 미래에셋컨설팅은 향후 지분 구조를 손질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실제 지분 매각이 당장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법 시행까지 준비 기간이 남아 있는 데다 시행 이후에도 최대 3년의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서다. 코빗처럼 점유율이 낮은 거래소에는 추가 유예를 적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멈춰 선 네이버·두나무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국내 최대 플랫폼 네이버의 기업결합은 여전히 공정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종속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의 두나무 주식교환일을 기존 9월 30일에서 12월 31일로 연기했다고 공시했다. 주주총회 일정도 8월 18일에서 11월 19일로 미뤘다.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 일정 변경이다.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전체 일정도 함께 늦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8월 20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도 변수다. 지금까지는 거래소 신고 과정에서 대표자와 임원의 결격 사유를 중심으로 심사가 이뤄졌지만 개정안은 심사 대상을 대주주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대주주가 공정거래법이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경우 신고나 변경 신고, 갱신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네이버는 부동산 정보 서비스와 관련한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를 100% 자회사로 편입할 경우 이 전력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초 두 회사는 개정 특금법 시행 이전인 8월 1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주식교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업계에서는 개정 특금법 시행 전 기업결합 절차를 마치려는 일정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해외는 이미 ‘원앱’ 경쟁

미국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매매 플랫폼을 넘어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다.

코인베이스는 최근 몇 년 사이 거래 수수료 의존도를 크게 낮추며 수익 구조를 다변화했다. 전체 매출에서 거래 수수료 비중은 57% 수준으로 줄어든 반면 스테이블코인과 스테이킹, 결제 인프라 등 거래 외 사업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다. 가상자산 가격과 거래량에 따라 실적이 크게 흔들리던 기존 거래소 모델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사업 영역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최근 예측시장 플랫폼 칼시(Kalshi)와 손잡고 정치·경제·스포츠 등 다양한 이벤트 결과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미국 외 이용자를 대상으로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마존, 테슬라 등 주요 종목의 무기한 선물 거래도 시작했다. 투자자는 USDC 스테이블코인을 증거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맥스 브랜즈버그 코인베이스 소비자·비즈니스 제품 부문 총괄은 “이제 코인베이스에서 주식 거래가 가능하다”며 “가상자산 기술을 기반으로 전 세계 어디서나 연중무휴로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시장도 이러한 변화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코인베이스의 기업가치는 약 70조원을 웃돈다. 지난해 영업이익(2조1323억원)의 33배가 넘는 대접을 받고 있다.

코인베이스가 거래소에 금융서비스를 붙이고 있다면 로빈후드는 금융 인프라 자체를 구축하며 사업을 넓히고 있다.

미국 주식거래 플랫폼으로 출발한 로빈후드는 최근 아비트럼(ARB) 기반 레이어2 퍼블릭 블록체인인 로빈후드 체인을 공개했다. 주식과 가상자산을 하나의 앱에서 거래하는 수준을 넘어 토큰화 자산과 디파이를 직접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 토큰을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빌린 뒤 이를 디파이 등 다양한 투자 서비스에 활용해 추가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기존 증권사에서는 주식을 사고파는 데 그쳤다면 블록체인에서는 하나의 자산을 여러 금융서비스와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이는 기존 증권사가 제공하지 못했던 기능이다. 요한 케르브라트 로빈후드 가상자산 부문 수석부사장은 “디파이는 기존 금융이 제공하지 못했던 새로운 활용 방식을 가능하게 하지만 지금까지는 기술적 장벽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시장 반응은 빨랐다. 로빈후드 체인에는 현재까지 약 1억4100만달러 규모의 이더리움이 유입했고 하루 거래량은 이더리움 메인넷과 베이스를 웃돌았다. ETH를 보유한 지갑 수도 50만 개를 넘어섰다. 출시 초기임에도 이용자와 유동성이 빠르게 모이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코인베이스와 로빈후드의 전략이 결국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본다. 거래 수수료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주식과 가상자산, 토큰화 자산, 스테이블코인, 디파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투자 슈퍼앱’ 경쟁이 본격화됐다.

이 같은 사업 확장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미국의 제도 정비도 있다. 미국 역시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을 논의 중이지만 산업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한다는 정책 방향은 비교적 분명하다. 이에 맞춰 기업들도 규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사업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또 규제 논의의 초점이 산업을 제도권 안에서 어떻게 운영할지에 맞춰져 있다.

반면 한국은 디지털자산기본법과 업권 규제, 거래소 지배구조 등 제도 전반을 동시에 설계하는 단계다. 사업의 방향성과 규제 체계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기업들도 공격적인 사업 확장보다는 제도 변화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용어설명

스테이킹
: 내가 가진 코인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적금’처럼 묶어두고 그 대가로 이자를 받는 서비스다.

실물연계자산(RWA)
: 부동산, 미국 국채, 금, 예술품 등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가치 있는 자산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기록한 것이다. 거대한 자산을 잘게 쪼개어 토큰으로 만들기 때문에 소액으로도 글로벌 우량 자산에 쉽게 투자할 수 있다.

토큰화 자산
: 현실의 유형 자산이나 디지털의 무형 자산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거래와 소유권 증명이 가능한 토큰 형태로 변환한 모든 자산을 통칭한다. 자산에 디지털 바코드를 입히는 과정과 같으며 금융 거래의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주식 토큰
: 실제 주식을 블록체인 위에서 토큰 형태로 발행해 소유권을 나타낸 자산이다. 기존 증권시장의 영업시간 제한 없이 365일 24시간 언제든 전 세계 투자자와 거래할 수 있으며 다른 디파이 서비스와 유기적으로 결합해 담보로 쓰거나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디파이
: 은행, 증권사, 카드사 같은 전통적인 금융기관의 중개 없이 컴퓨터 코드와 스마트 계약만으로 수수료를 아끼며 대출, 거래, 투자 등을 처리하는 탈중앙화 금융 생태계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전 세계 누구나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24시간 자유롭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 달러 같은 실제 화폐와 가치가 일대일로 고정돼 가격 변화가 거의 없는 가상자산이다. 변동성이 큰 블록체인 세상에서 가치를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대출이나 결제의 기준점으로 쓰이는 디지털 화폐 역할을 한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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