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베트남 여행이 2년 연속 감소세인데도 항공사들은 베트남 노선을 잇달아 늘리고 있다. 여행 수요는 회복되지 않았는데 공급부터 확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베트남이 관광 경기와 무관하게 꾸준한 비즈니스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선제적으로 노선을 갖춰놓은 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휴양지를 찾는 여행객이 다시 늘어나면 수익성까지 좋아질 가능성에 베팅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약 433만 명으로 전년 대비 5.2% 감소했다. 여행업계는 태국·캄보디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과 캄보디아 납치 사건 등으로 동남아 여행 전반에 대한 안전 우려가 커진 영향으로 보고 있다.
올해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 총통계국(GSO)에 따르면 상반기 한국인 관광객은 216만1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줄었다. 지난해(-5.2%)보다 감소폭은 줄었지만, 아직 반등으로 보기는 이르다. 같은 기간 베트남 전체 외국인 관광객이 14.9%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 시장의 회복 속도는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같은 시장을 겨냥해 파라타항공은 지난 13일 인천~하노이 노선에 신규 취항했다. 파라타항공은 올 5월 하나투어·참빛그룹과 하노이에서 3자 업무협약(MOU)을 맺고 기업 인센티브 단체와 MICE, 골프 여행객을 겨냥한 상품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이러한 전략에 힘입어 첫 취항편이 만석을 기록했고, 비즈니스 클래스를 처음 투입한 15일 운항편 역시 탑승률 100%를 기록했다.
베트남항공도 이달 1일부터 인천~다낭 노선을 하루 1편에서 2편으로 늘렸다. 회사 측은 관광, 비즈니스, 친지 방문(VFR) 등 복합적인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국적 항공사와 베트남 항공사가 동시에 공급 확대에 나선 것은 단순한 관광 수요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중장기 수요'를 염두에 둔 전략으로 보고 있다.
항공사들은 푸꾸옥이 다낭에 이어 새로운 가족 휴양지로 자리 잡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선푸꾸옥항공은 오는 8월25일부터 서울~하노이와 서울~호찌민 노선을 새로 개설하고, 서울~푸꾸옥 노선을 포함한 한국·베트남 노선을 주 28회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근거'도 있다. 현지 매체 베트남플러스에 따르면 상반기 푸꾸옥 방문객은 57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2% 증가했고, 외국인 방문객은 130만명으로 50.3% 늘었다. 2027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공항 확장과 도로, 상수도, 컨벤션센터 등 21개 인프라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항공업계는 이 같은 기반시설 확충이 중장기적으로 푸꾸옥의 관광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노선이 늘어나면 여행객의 출발·도착 시간 선택 폭이 넓어지고 공급 확대에 따른 항공료 안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접근성이 개선되면 여행 수요 회복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가 관건이다. 실제 예약 증가가 공급 확대 속도를 따라오느냐에 따라 이번 증편은 시장을 선점한 선제 투자로 평가받을 수도, 과잉 공급에 따른 수익성 부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항공사들의 베팅이 적중할지는 하반기 예약률과 베트남 GSO의 관광 통계 수치로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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