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 인구가 2029년 정점을 찍은 뒤 장기 감소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100년에는 인구가 4억명 아래로 떨어지며 1970년대 후반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생과 고령화가 동시에 심화하면서 노동력 부족과 복지 재정 부담이 유럽의 최대 과제로 떠오를 것이란 분석이다.
14일(현지 시각) EU 집행위원회가 공개한 제3차 인구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EU 인구는 현재 4억5060만명에서 2029년 4억5330만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뒤 감소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측된다. 2050년에는 약 4억4500만명으로 줄고, 2100년에는 2025년보다 11.7% 감소한 3억9880만명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EU 인구가 4억명을 밑도는 것은 1970년대 후반 이후 처음이다. 1960년 3억5450만명이던 EU 인구는 2025년까지 약 9600만명 늘었지만, 증가 속도는 1960년대 연평균 303만명에서 2005~2024년 연평균 89만명으로 크게 둔화됐다.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저출생이다. 연간 출생아 수는 1964년 680만명에서 지난해 350만명으로 60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인구 규모를 유지하려면 여성 1명이 평생 평균 2.1명을 출산해야 하지만, 이탈리아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2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향후 반등하더라도 2100년에는 1.5명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현재 5명 중 1명 수준에서 2050년에는 3명 중 1명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80세 이상 인구 비중도 2025년 6.2%에서 2070년 13.3%(약 5580만명)로 두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출생 시 기대수명은 2024년 평균 81.5세에서 2100년에는 모든 회원국에서 여성 90세 이상, 남성도 최소 86세에 이를 것으로 관측됐다.
국가별 고령화 속도에는 차이가 나타날 전망이다. EU 전체 중위연령(총인구를 나이순으로 나열할 때 한가운데 연령)은 올해 44.9세에서 2100년 51.5세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기준 아일랜드의 중위연령은 39.6세였지만, 이탈리아는 이미 49.1세로 회원국 간 격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만으로는 인구 감소를 막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보고서는 순이민이 전혀 없을 경우 EU 인구가 2100년까지 현재보다 약 32%(약 1억3000만명)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수준의 이민이 이어지더라도 저출생에 따른 자연감소를 완전히 상쇄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세계 인구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2025년 5.4%였던 EU 인구 비중은 2100년 3.4%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이 같은 인구 구조 변화가 노동력 부족과 공공 재정 압박, 의료·돌봄·교육 시스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요양이 필요한 50세 이상 인구는 2025년 3600만명에서 2070년 4800만명으로 늘고, 장기요양 공공지출은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1.7%에서 2.5%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EU 집행위원회는 노동시장 참여율과 생산성을 높이고 교육·직업훈련을 확대하는 한편, 합법적인 이민자 유치와 사회 통합이 노동력 부족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상품과 서비스 수요가 늘면서 이른바 '실버 경제'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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