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없인 AI도 없다"...에너지 기업 IPO 27년 만에 최대

입력 2026-07-17 05:22  


인공지능(AI) 열풍이 반도체를 넘어 에너지 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 수요가 에너지 인프라 투자로 이어지면서 에너지 기업들은 닷컴버블 이후 27년 만에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금융정보업체 딜로직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금액은 총 126억 달러(약 18조6,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기술 버블의 정점이었던 1999년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연간 전체 조달액인 43억 달러와 비교해도 불과 반년 만에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같은 자금 쏠림은 인공지능(AI) 전력난이 현실로 다가온 결과다. AI 데이터센터 한 곳은 연간 약 87만6000메가와트시(MWh)의 전력을 소비한다. 이는 영국 글래스고나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의 가정용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크리스 덴드리노스 RBC 청정에너지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처음에는 엔비디아 같은 AI 관련 종목을 매수했지만 곧 모든 AI 칩은 전력이 있어야 작동한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이것이 에너지 기업들에 강력한 순풍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변압기·배전장비 공급 부족과 자체 발전 설비 수요 확대 등에 힘입어 관련 기업들의 상장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데이터센터 배전장비 업체 포전트 파워 솔루션스가 상장했고, 5월에는 차세대 지열발전 기업 페르보, 6월에는 독일 가스엔진 업체 이니오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에너지 기업 스탠더드 뉴클리어도 이달 말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다. 아울러 ETF 운용사 GMO는 이번 주 발전·전력망·전기화 인프라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전력 인프라 ETF'를 출시했다.

다만 인프라 시장의 가파른 팽창에 따른 거품 우려도 존재한다. 단기적인 시장 기대감에 힘입어 상장한 일부 기술 기반 에너지 기업의 경우 상장 이후 주가 변동성을 이겨내지 못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딜로직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상장한 에너지 기업의 약 3분의 2가 공모가를 밑돌았다. 업계에서는 일부 투자자들이 상장 직후 차익 실현에 나서는 단기 매매 성향을 보이는 만큼 기술 경쟁력과 사업성을 갖춘 기업을 선별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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