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가 주4일제 시범사업을 운영 중인 세브란스병원을 찾아 노동시간 단축 모델 확산에 힘을 싣고 나섰다. 시범 운영 결과 간호사 이직률과 소진도가 크게 낮아지는 효과가 확인됐지만, 대체인력 충원에 따른 비용 부담 등 제도 확산의 과제로 남았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16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해 주4일제 시범 운영 병동을 둘러보고 병원 노사 및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정부는 의료 현장의 실노동시간 단축과 야간노동자 건강 보호,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방안 등을 논의하며 주4일제 도입 사례를 점검했다.
세브란스병원 노사는 2022년 8월 단체협약을 통해 주4일제 시범 운영에 합의했다. 2023년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3개 병동(참여 인원 15명)에서 시작한 시범 사업은 2024~2025년 5개 병동(25명)으로 확대됐고, 올해는 용인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해 총 6개 병동, 참여 인원 30명, 대체인력 10명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시범 사업은 주 32시간(주 4일) 근무를 6개월 단위로 순환하는 방식이다. 참여 직원의 급여는 기존의 90% 수준으로 보전되며, 연차휴가는 기존 주 5일제 기준이 그대로 적용된다. 병동별로는 대체인력을 추가 배치해 근무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일하는시민연구소 등 외부 연구진이 시범 병동 9곳과 비교 병동 3곳을 대상으로 2023~2024년 2년간 6차례 설문을 통해 분석한 결과, 3년 미만 간호사의 사직률은 19.5%에서 7.0%로 12.5%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비교 병동의 감소폭(4.0%포인트)보다 3배 이상 큰 수치다.
육체적 소진도는 100점 만점 기준 79.7점에서 40.1점으로 절반 가까이 낮아졌고, 몸이 아파도 출근하는 이른바 '프리젠티즘' 비율도 86.4%에서 55.2%로 31.2%포인트 줄었다. 병가 사용일수는 3.05일에서 2.2일로 감소한 반면, 비교 병동은 2.8일에서 3.5일로 오히려 늘었다. 일과 삶의 균형 만족도는 3.7점에서 6.2점으로, 직장생활 만족도는 50.2점에서 60.3점으로 각각 상승했다.
다만 업무 생산성 측면의 개선 효과는 아직 뚜렷하게 검증되지 않았으며, 대체인력 투입에 따른 추가 인건비를 병원 자체 재원만으로 지속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도 확인됐다고 고용노동부는 전했다. 병원 측은 정부의 대체인력 재정 지원과 가산수가 신설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정부는 이날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대체인력 재정 지원과 가산 수가 신설 등 병원 현장을 위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야간노동자 건강 보호와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조직문화 개선 지원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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