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부터 시행된 정부의 부실기업 증시 퇴출 정책에 따라 111개 종목이 상장폐지 가시권에 들어온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가에서는 일부 종목의 경우 대주주가 오히려 강제 상장 폐지를 달가워 할 수 있는 유인이 있다고 평가했다.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이 40% 이상으로 절대적인 데다, 순자산이 시가총액을 크게 웃돌고, 최근 3년 내내 순이익을 기록 중인 종목이 상폐 가능성 후보군에 포함되어서다.
이런 종목들의 상장 폐지가 현실화했을 때 탄탄한 재무제표와 저렴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만 보고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강화된 상장 폐지 기준을 담은 거래소 규정이 시행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시가총액이 200억원 미만이거나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상태가 30거래일 이상 지속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연속으로 기준에 충족하지 못하면 심사 없이 곧바로 상장 폐지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한경닷컴은 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를 활용해 이달 들어 지난 15일까지 11거래일 연속으로 시가총액이 200억원 미만이거나, 종가가 1000원과 액면가를 모두 밑도는 111개 종목을 선별했다. 현재 거래정지 상태이거나 기업인수합병목적법인(스팩)은 제외했다.
이중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본총계가 7월15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보다 크고, 최근 3년간 연간과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모두 흑자인 기업은 SBI인베스트먼트, 제이엠아이, 에스앤더블류, 패션플랫폼, 웡입푸드, 웹스, 딥커머스 등 모두 7개다.

추려진 종목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종목은 창투사인 SBI인베스트먼트다. 15일 종가 기준으로 772억원에 달한다. 다만 이날 종가가 7월 들어 하루도 종가가 1000원을 넘기지 못했고, 한 차례 액면병합을 통해 현재 액면가가 1000원이라 추가 액면병합을 통한 동전주 벗어나기를 시도할 수도 없다.
주가 기준으로는 퇴출 가시권에 들었지만, 재무제표상으로는 우량하다고 평가할 만하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본총계는 1519억원에 달하고, 직전 3년간의 평균 자기자본수익률(ROE)은 6.37%다. 지난 15일 종가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1배다. 당장 기업을 장부가치대로 기업을 청산해도 주주들은 현재 평가금액의 2배가량의 돈을 받을 수 있다. 최대주주 등의 보통주 지분율이 43.61%로 경영권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추려진 종목들의 최대주주 등 지분율은 딥커머스(9.74%)와 웹스(38.45%)를 제외하면 모두 40% 이상이다.
펀더멘털이 탄탄한 종목들이 시가총액이나 주가 기준을 맞추지 못해 강제로 상장 폐지될 경우 일반 주주들만 손해를 떠안게 된다. 보통 우량한 기업이 자진 상장폐지를 할 경우 소액주주들의 주식을 비싼 값에 공개매수해줘야 하지만, 강제 상장폐지의 경우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강제로 상장 폐지된 우량기업의 대주주는 상장사로서 지켜야 할 규정의 구애를 받지 않고 회사 재산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의심할 만한 사례가 최근 발생한 바 있다. 작년 7월31일 강제 상장폐지가 결정된 대동전자는 당시 부채비율 10% 미만에 순자산 2600억원을 보유한 우량 중견기업이었다. 하지만 관계사 감사자료 미제출을 이유로 3년 연속으로 외부 회계감사에서 한정의견을 받아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월21일 국회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김광중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대동전자의 사례를 두고 “소액주주를 헐값에 축출하는 합법적인 강탈 모델”이라고 비판했다. 재무 상태가 우량함에도 중요하지만 전반적이지 않은 감사 증거를 의도적으로 제출하지 않아 한정의견을 받는 방식을 활용했다는 이유에서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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