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한국시간) 오전 4시 미국 뉴저지주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에서 전반전이 끝난 뒤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미식축구에서나 볼 수 있던 하프타임 쇼가 월드컵 결승전에 최초 도입됐다. 30분이 넘어갈 것이란 스포츠계의 예상과는 달리 이번 하프타임 쇼는 12분여간 진행됐다. 통상 12~15분 열리는 미식축구 슈퍼볼의 하프타임 쇼와 비슷한 길이였다. 월드컵 결승전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5억명 이상이 시청했을 정도로 온 세계가 주목하는 무대다.

두다멜은 같은 색상의 옷을 입은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화이트 스트라이프스의 곡 ‘세븐 네이션 아미’를 연주했다. 오케스트라는 미국을 대표하는 교향악단인 뉴욕 필하모닉과 베네수엘라의 시몬 볼리바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단원들로 꾸려졌다.
두다멜은 2026/27 시즌부터 뉴욕 필하모닉의 음악·예술 감독으로 부임한다. 시몬 볼리바르 심포니는 두다멜이 자신의 고국인 베네수엘라에서 음악 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를 진행하면서 만든 악단이다. 이들 악단은 미국 인기 캐릭터인 ‘더 머펫츠’의 밴드와 합을 맞췄다. 악단의 연주자들과 지휘자는 이번 월드컵에서 화제가 된 노르웨이의 노젓기 응원을 따라하기도 했다.

후속 무대는 BTS가 맡았다. BTS는 백·적·흑색이 섞인 옷을 입고 자신들을 빌보드 핫100 1위에 올려놨던 곡 ‘다이너마이트’의 축약 버전을 2분여간 열창했다. 멤버 정국은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 무대에도 선 경험이 있다.
이어 축구를 소재로 한 영국 스포츠 코미디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 제이슨 수데이키스와 브랜든 헌트가 나왔다. 이들은 축구 선수가 교체되는 것처럼 팝 가수 저스틴 비버의 등장을 연출했다.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나온 비버의 선곡은 ‘에브리팅 할렐루야’. 만사를 신에게 감사하는 가사와 차분한 기타 리듬이 공연장의 열기를 잠시 식혔다.


공연의 대미는 뉴욕의 어린이 합창단인 PS22 합창단과 콜드플레이가 담당했다. 콜드플레이는 신곡 ‘위 댄스’로 경기장 위의 모든 이가 펄쩍 뛸 수 있는 시간을 선사했다. 어린이 합창단뿐 아니라 지휘자 두다멜, 더 머펫츠의 밴드 등 모든 출연자들이 콜드플레이의 음악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악단이 연주한 부부젤라엔 ‘2010 남아공 월드컵’의 추억이 담겨 있었다. 경기장 천장에서 나온 형형색색 폭죽은 공연의 끝을 알리며 이 하프타임 쇼가 관객과 시청자 모두의 축제임을 환기시켰다.

슈퍼볼 하프타임 쇼를 떠올렸을 시청자들에겐 아쉬울 만한 점도 있었다. 지난 2월 13분간 열린 슈퍼볼 하프타임 쇼는 푸에르투리코 출신인 배드 버니가 주도해 아티스트의 색채를 강렬하게 드러냈다. 아티스트의 모국어인 스페인어로만 채운 공연이 당시 미국의 강경한 이민 정책과 맞물려 논란을 낳기도 했다. 반면 이번 월드컵 하프타임 쇼는 많은 아티스트가 한꺼번에 출연해 일관된 서사를 응집력 있게 풀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개최지인 미국이나 출연 아티스트의 문화적 색채보다는 세계인의 화합에 방점을 찍는 것으로 안전한 선택을 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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