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볼 게 없네" …미술계 VIP들 서울 떠나는 '우울한 현실'

입력 2026-07-22 09:39   수정 2026-07-22 10:50



“갈수록 볼 게 없어진다.”

국내 최대 미술장터인 프리즈 서울을 두고 요즘 미술계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2022년 1회 때부터 매년 참여해온 글로벌 유력 화랑들이 하나둘 프리즈 서울에서 발을 빼고 있어서다.

지난해 세이디 콜스 HQ와 노이거림슈나이더, 갈레리아 콘티누아 등 굵직한 화랑들이 빠질 때도 우려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페로탕이 빠진 건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평가다.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가 소속된 화랑으로 유명한 페로탕은 1회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참가해온 곳이다. 마찬가지로 ‘원년 멤버’인 유럽의 주요 화랑 마시모 데 카를로, 에바 프레젠후버 등도 올해 불참을 선언했다. 프리즈 서울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서울 버리고 홍콩 택하는 갤러리들
화랑들이 불참을 선언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미술시장 불황이다. 최근 미술계에서는 전세계 1위를 다투는 갤러리인 페이스의 대규모 감원이 화제였다. 지난달 마크 글림처 페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소속 작가를 135명에서 85명으로, 직원은 20%가량 줄인다고 발표하며 “화랑들이 끝없이 몸집을 불리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밝혔다.

최상위권 갤러리조차 이런 상황이니 다른 곳은 형편이 더 어렵다. 비용 절감에 목마른 화랑들이 가장 먼저 꺼내드는 카드는 아트페어 불참이다. 아트바젤과 UBS의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갤러리들의 총비용에서 아트페어 관련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에 달한다. 이 비용은 아트페어 불참을 결정하는 즉시 깎아낼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아트페어 이탈 현상이 유독 프리즈 서울에서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올해 프리즈 서울을 건너뛴 페로탕과 마시모 데 카를로는 지난 3월 아시아권 경쟁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홍콩에는 부스를 냈다. 지난해부터 서울에 오지 않은 세이디 콜스 HQ, 노이거림슈나이더, 갈레리아 콘티누아도 지난해와 올해 홍콩에 참여했다. 반면 올해 아트바젤 홍콩을 접고 프리즈 서울을 택한 갤러리는 전무하다. 프리즈가 아트바젤 홍콩보다 우선순위에서 확실히 밀린 것이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영국과 2위를 다투는 세계 최상위권 미술시장이다. 지난해 세계시장에서의 점유율은 14%였다. 아트바젤 홍콩은 이런 중국 본토의 큰손을 곧바로 상대할 수 있는 아트페어다. 미술품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 자유무역항이라는 장점도 있다. 반면 세계 미술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 그친다. 아트바젤 홍콩에서 수십억원대 고가 거래가 잦은 반면 프리즈 서울에서는 드문 이유다. 올해 참가를 포기한 한 갤러리 관계자는 "비싼 참가비와 운송비를 감당해 가며 프리즈 서울에 참가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고 했다.
“프리즈 서울 매력 떨어져”
해외 유력 갤러리들이 빠져나간 자리는 국내 화랑들이 채우고 있다. 프리즈 서울에 참가하는 국내 화랑 수는 3년 전 18개에서 올해 39개로 늘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함께 열리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와의 차별점이 모호해졌다는 게 미술계 평가다. 한 외국계 갤러리 관계자는 “세계 양대 아트페어 중 아트바젤이 전통과 규모에서 앞서는 반면 프리즈는 참신하고 트렌디한 구성이 장점으로 꼽히는데, 프리즈 서울에서는 그런 특성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프리즈 서울이 ‘비싼 KIAF’ 수준에 머무르면서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현실적인 문제도 프리즈 서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첫 해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프리즈 서울의 타이틀 스폰서였던 LG전자가 올해 발을 뺐다. 다음 타이틀 스폰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개최 장소를 놓고도 잡음이 나오고 있다. KIAF와 프리즈 서울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 1층의 A·B홀을 KIAF가, 3층의 C·D홀을 프리즈 서울이 잡는 식으로 열려왔다. 하지만 코엑스가 올해 초 2027년 대규모 리모델링 공사를 선언하며 내년 C·D홀 예약이 불가능해졌다. 일산 킨텍스와 동대문 DDP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코엑스에 비해 국내외 VIP 컬렉터들의 선호도가 낮다. 미술계에서는 “이 참에 프리즈가 서울을 떠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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