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 사는 5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최근 홀로 지내는 어머니를 돌보느라 퇴근 후 서울과 경기도 용인을 오가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골절상에 이어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어머니가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돌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당근마켓 등에 월 300만원을 주겠다는 조건으로 간병인을 구하는 글을 올렸지만,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병원 진료가 있는 날마다 사설 병원동행 서비스를 시간당 4만~5만원을 내고 이용하거나, 회사에 반차를 내고 직접 용인까지 오가는 생활이 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 씨는 “해외에 거주하는 오빠를 대신해 사촌동생과 조카들까지 번갈아 간병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어머니를 잘 돌봐줄 분이 있다면 당장 모시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시니어 케어 매니저는 단순히 가족 대신 병원에 동행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의 업무는 노인의 건강 상태와 가족의 여건을 상담한 뒤 병원 예약과 진료 동행, 장기요양등급 신청, 간병인 연결, 요양시설·실버타운 상담, 복지서비스 연계, 돌봄 계획 수립, 가족 상담까지 노년기 전반을 관리하는 ‘돌봄 코디네이터’ 역할에 가깝다. 요양보호사가 식사·목욕·이동 등 현장 돌봄 인력이라면, 시니어 케어 매니저는 의료·복지 서비스를 연결하고 가족과 의료기관 사이를 조율하는 역할까지 한다. 부모가 갑자기 입원했을 때 어떤 병원을 이용해야 하는지, 장기요양보험 신청이 가능한지, 재택간병과 시설 입소 중 어떤 선택이 적절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안내한다.
시니어 케어 매니저의 하루는 상담으로 시작된다. 오전에는 보호자와 통화하며 병원 예약 일정을 조율하고, 장기요양등급 신청 서류를 준비하거나 간병인을 연결한다. 오후에는 병원 진료에 동행하거나 요양시설을 방문해 입소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다. 하루에 많게는 4~6명의 어르신과 가족을 상담하며,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병원이나 보호자와 연락을 취해 필요한 조치를 돕는다. 1명의 어르신만 돌보는 매니저는 어르신의 자택에 상주하며 직접 간병하는 사례가 많다.
서비스 가격은 다양하다. 병원동행은 시간당 2만~5만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프리미엄 돌봄 시장에서는 비용이 훨씬 비싸다. 시니어 케어 매니징 기업인 에이드프라미스는 재택 시니어 케어 서비스를 하루 25만원, 5일에 125만원, 한 달 500만원에 제공하고 있다.
수요가 늘면서 관련 일자리도 늘고 있다. 고령자 돌봄 플랫폼과 요양서비스 기업들은 시니어 케어 매니저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채용공고를 보면 연봉은 대체로 3500만~6000만원 수준이다. 간호사·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보유하거나 병원·상담 경력이 있는 경우 더 높은 처우를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에이드프라미스 관계자는 “활동 형태와 경력에 따라 월 350만원에서 800만원 수준에서 급여가 책정되며 치매 돌봄, 병원 동행, 야간 집중 돌봄 등의 경우 추가 수당이 지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 진료 동행과 보호자 대행 서비스가 생활밀착형 업종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근에 서비스 정보와 홍보 게시물을 올리는 병원 동행 관련 업체 수는 2025년 상반기 직전 반기보다 8.5% 늘어난 데 이어 같은 해 하반기에는 32.6%, 올해 상반기에는 88.1% 증가했다.
지방자치단체도 돌봄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민간서비스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취약계층(중위소득 100% 이하)을 대상으로 무료 또는 건당 5000~1만원 수준의 이용료를 받고 병원동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서울시의 병원안심동행서비스 이용 건수는 2021년 649건에서 2022년 1만772건, 2023년 1만8042건, 2024년 1만9201건, 지난해에는 2만3048건으로 급증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시 인증 동행매니저도 2022년 89명에서 지난해 176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간호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등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에게만 동행매니저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돌봄 인력 부족은 여전한 과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6년 3월 말 기준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 316만3165명 가운데 실제 종사자는 68만1743명으로, 종사 비율은 21.5%에 그쳤다. 2020년(24.8%) 이후 매년 줄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니어 케어 매니저의 역할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예선영 에이드프라미스 대표는 “예전에는 가족이 알아서 해결하던 부모 돌봄을 이제는 전문가가 설계하고 관리하는 시대가 됐다”며 “향후 10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할 돌봄 직군 가운데 하나가 시니어 케어 매니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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