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전철 밟을라"…李 부동산 정책에 속앓이하는 與 [여의도는 지금]

입력 2026-08-02 09:12   수정 2026-08-02 09:17

"文정부 전철 밟을라"…李 부동산 정책에 속앓이하는 與 [여의도는 지금]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문재인 정부의 시행착오가 반복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출·세제 규제가 실수요자 부담과 전셋값 상승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지만 당내 문제의식이 청와대 정책 라인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개적으로 말 못해도 걱정 상당”
한 민주당 관계자는 2일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을 뿐 내부에서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직접 겪은 의원들 사이에서 지금 방향이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정부는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한 데 이어 부동산 세제 개편도 검토하고 있다. 초고가 주택과 고액 양도차익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줄이고 비거주 고가주택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높이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당내에서는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대출과 세금으로 수요를 억누르면 실수요자 피해와 전셋값 상승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규제를 잇달아 내놓은 뒤 부작용이 불거질 때마다 보완책을 추가하면서 정책 신뢰가 흔들렸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당에서 보기에는 이미 시도했다가 효과를 보지 못한 정책과 닮았는데 현재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해법처럼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며 “당내 우려를 청와대에 전달할 통로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청와대는 증시 부양 성과를 바탕으로 부동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에서는 “코스피를 끌어올린 만큼 부동산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무위서도 “국민은 대출 막혀” 공세
부동산 규제의 부작용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쟁점이 됐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잔금대출 규제로 기존 계약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민과 경제는 생체실험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와 보유세 인상이 동시에 추진될 가능성도 문제 삼았다. 이에 임기근 국무조정실장은 장기보유특별공제에 대해 “과도한 혜택은 일부 축소하거나 조정할 필요가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이 분당 아파트를 매각하면서 매수인을 상대로 채권최고액 17억7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거래도 도마에 올랐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부동산감독추진단이 해당 거래를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고 임 실장은 “불법행위로 보이는 의심 정황이 뚜렷하지 않다”고 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도 이억원 금융위원장에게 이 대통령의 거래 방식을 정부가 용인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 위원장은 “사적인 거래”라며 금융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부동산감독원 신설 방침을 두고 “세금은 줄이고 공급은 늘리며 대출 규제를 완화한다는 정답 대신 틀린 답을 찾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집값 안정을 내건 정부 정책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기 어려운 처지다. 정부 정책을 흔든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지만 부작용을 방치했다가 문재인 정부 때와 같은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는 부담도 크다는 평가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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