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고환율에도 다이소 매장에는 여전히 1000원짜리 생활용품과 3000원짜리 화장품, 5000원짜리 소형 가전이 쏟아진다. 해외에서 제품을 들여오고 전국 매장까지 운반하면 남는 게 없을 것 같지만 지난해 아성다이소가 거둔 영업이익은 4424억원에 달했다. ‘싼 물건을 팔면 이익도 적다’는 통념을 뒤집은 셈이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성다이소는 500원·1000원·1500원·2000원·3000원·5000원 등 정해진 가격 안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균일가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원가에 마진을 붙여 판매가를 정하는 일반 유통업체와 출발점부터 다르다. 다이소는 먼저 소비자가 받아들일 가격을 정한 뒤 그 가격에 맞춰 제품 크기와 재질, 용량, 포장 방식을 설계한다.
화장품이 대표적이다. 기존 브랜드의 본품을 싸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용량을 줄이고 용기를 단순화한 다이소 전용 제품을 별도로 만든다. 정샘물의 세컨드 브랜드 ‘줌 바이 정샘물’은 튜브와 지퍼백 형태의 단순한 포장을 활용했고, VT코스메틱의 리들샷은 본품보다 작은 용량으로 가격을 낮췄다. ‘같은 제품의 할인 판매’가 아니라 5000원 이하 가격에 맞춘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다이소 가격의 첫 번째 비결은 중간 유통단계를 줄인 대규모 직매입이다. 여러 도매상과 수입업체를 거치는 대신 국내외 제조업체와 직접 거래하고, 전국 매장에서 판매할 물량을 한꺼번에 주문해 매입단가를 낮춘다. 특정 국가에만 의존하지 않고 대나무 제품은 베트남, 스테인리스 제품은 인도, 도자기와 유리 제품은 튀르키예 등 품목별로 가격과 생산 경쟁력이 높은 지역을 찾는 방식이다. 다이소는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상품을 소싱하는 전문 계열사도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서 들여온다고 반드시 마진이 낮아지는 것도 아니다. 제조사에서 매장까지 가는 단계를 줄이고 수천 개 매장에서 팔 물량을 미리 확보하면 개당 생산비와 운송비가 내려간다. 포장을 단순하게 만들고 TV 광고나 유명 모델 등 상품 가격에 반영되는 마케팅 비용도 최소화한다. 소비자는 브랜드보다 ‘다이소에서 3000원에 살 수 있다’는 점을 보고 구매한다.
물류도 핵심이다. 다이소는 경기 용인의 남사허브센터와 부산허브센터 등 자체 대형 물류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허브센터는 부산신항과 가까워 수입 상품을 곧바로 들여와 전국 매장으로 배분할 수 있다. 자동화 물류 시스템과 대량 보관을 통해 배송 횟수와 재고 비용을 낮추고, 상품 공급 기간도 단축했다. 현재 경기 양주에도 대규모 자동화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다이소의 수익 구조를 설명하는 또 다른 축은 ‘박리다매’다. 상품 한 개에서 많은 이익을 남기는 대신 전국 1600여 개 매장에서 막대한 판매량을 만들어낸다. 고객이 1000원짜리 제품 하나를 사러 들어왔다가 계절용품과 화장품, 식품, 수납용품을 함께 담게 하는 구조다. 개별 상품 가격은 낮지만 한 번 방문했을 때 구매하는 상품 수와 매장 회전율은 높다.
아성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은 4조5363억원으로 전년보다 14.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424억원으로 19.2%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약 9.8%다. 5000원 이하 제품을 주로 파는 유통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이다. 2024년에도 매출 3조9689억원과 영업이익 371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증가와 규모의 경제에 따른 매출원가 절감을 이익 증가의 주요 원인인 셈이다.
다이소가 인건비를 적게 줘서 돈을 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감사보고서상 지난해 급여와 임차료, 운반비 등이 포함된 판매관리비는 1조2968억원으로 전년보다 14.5% 늘었다. 매장 수와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비용도 함께 커졌다. 비용을 무조건 억제했다기보다 매출을 더 빠르게 늘리고 대량 매입과 물류 효율화로 상품 원가율을 낮춘 결과에 가깝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