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신고자 보호만큼 중요한 '오·남용 신고' 제재

입력 2026-08-04 16:36  



지난 6월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국제괴롭힘학회에서 한국팀의 'K-Bullying법(직장내괴롭힘금지법)' 세션은 단연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30여 년간 유럽을 필두로 북미·호주 중심으로 전개되어온 직장 내 괴롭힘 논의가 '통합적 시스템 구축'으로 수렴되는 추세와 달리, 한국은 강력한 법제를 현실에서 이미 폭발적으로 작동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사례로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다.

우리나라 직장내괴롭힘금지법의 핵심은 중층적 보호 구조에 있다.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든 신고할 수 있고, 사실 확인 전 단계는 물론 신고가 불성립된 경우에도 불리한 처우를 형사처벌로 금지한다. 보호 기간에도 제한이 없으며, 괴롭힘으로 인한 질병은 산재보상, 괴롭힘을 이유로 한 사직은 실업급여 지급으로 이어진다. '침묵'을 어떻게 깰 것인지를 여전히 과제로 안고 있는 대다수 국가의 연구자들에게, 우리 법은 침묵 극복의 강력한 모델이자 생생한 실험장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i>#신고 안전망이 반생산적 행동의 통로로</i>
그러나 신고를 보장하는 바로 그 시스템이 역설적으로 남용의 수단이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종사자 100여 명에 불과한 공공기관에 수십 건의 신고가 연이어 접수되거나, 복수노조 간 갈등이 상호 신고전으로 비화해 사업장이 분쟁의 장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허위신고는 막대한 행정·법적 비용을 초래하고 구성원 간 신뢰를 잠식하며 조직 전체의 심리적 안전감을 훼손한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핵심 경영 활동이 진행되는 상황에서의 '전략적' 신고다. 한 번도 대면한 적 없는 대표이사를 인사처분권자라는 이유만으로 신고하거나, 비위 행위로 조사받던 피감자가 감사 담당자를 역신고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다행히 최근 하급심이 이러한 주장을 잇따라 배척하고 있지만(서울남부지법 2024가합103985, 서울중앙지법 2024가단5484044, 서울행정법원 2021구합58998),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위협하는 신고를 실효적으로 차단할 방법은 여전히 없다.

<i>#오남용 신고 억제할 보완책도 마련돼야</i>
최근 학계에서는 신고 오·남용을 단순한 부적절 행동이 아닌, 조직의 안정성과 신뢰를 구조적으로 훼손하는 반생산적 과업행동(CWB)의 한 유형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실제로 한 조사에서 허위신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는 응답이 약 7%에 달했는데, 이는 실제 괴롭힘 피해 신고율(10.3%)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더욱이 허위신고의 피해는 당사자에 그치지 않는다. 이를 목격한 동료들 사이에서도 조직 신뢰 하락·생산성 저하·이직 의도 상승 등이 연쇄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조직 전체의 문제로 봐야 한다.

정작 심각한 것은 이를 제재할 수단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직장 질서를 해친 행위로 징계가 가능해 보이지만, 근로기준법이 신고를 이유로 한 불리한 조치를 금지하는 이상 징계 자체가 '신고에 대한 보복'으로 비쳐 사용자가 형사처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허위신고자도 보호하는 구조적 역설이 사실상 현장 관리자들의 손발을 묶고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셀프조사 금지' 지침은 행위자로 지목된 당사자를 조사에서 배제함으로써 절차적 공정성을 높이려는 취지로, 그 방향성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다만 신고가 이미 폭증하는 현실에서, 신고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조치가 시행될 때에는 오남용을 억제할 실효적 보완책 설계도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 피해자 보호와 신고 남용 방지는 어느 하나를 양보할 수 없는 제도의 두 축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직장내괴롭힘금지법이 세계의 진정한 모델로 자리매김하려면, 강력한 피해자 보호만큼이나 신고 오남용에 대한 엄정한 관리 체계가 뒤따라야 한다. 오남용이 방치된 채 확산된다면, 법이 보호하려 했던 진짜 피해자의 목소리가 그 소란 속에 묻히고 마는 역설을 피할 수 없다.

문강분 행복한일노무법인 대표 공인노무사/한국괴롭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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