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세제개편안이 발표됐습니다. 당초 부동산 시장의 선순환과 조세 형평성 제고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아쉬운 대목도 적지 않습니다. 세제는 부의 재분배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동시에 시장의 예측 가능성과 중립성을 지켜야 합니다. 조세 체계가 지나치게 복잡해지거나 특정 자산·계층에 부담이 집중되면 시장 참여자의 의사결정은 왜곡될 수밖에 없습니다.
선진국 부동산 세제의 공통된 방향은 대체로 거래세 부담을 낮춰 주택 유통을 원활하게 하고, 보유세는 보편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데 있습니다. 이번 개편안은 양도소득세 감면 등 거래세 완화를 한시적 조치로 남겨둔 반면, 초고가 주택과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을 강화하는 데 방점이 찍혔습니다.
세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거래 문턱이 여전히 높다면 시장 참여자는 매물을 내놓기보다 증여나 장기 보유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른바 매물 잠김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주택 가격 안정을 목표로 한다면 세 부담 강화만큼이나 거래를 정상화할 수 있는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합니다.
조세의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도 보완이 필요합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공정시장가액비율, 누진세율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국민이 자신의 세 부담을 미리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세금은 납세자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측 가능성이 낮은 세제는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조세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조세 공평주의의 기본 원칙은 넓은 세원과 낮은 세율입니다. 세 부담을 특정 집단에 집중시키기보다 더 넓은 기반에서 낮고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방식이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은 시가 4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에게 부담이 집중되는 구조입니다. 향후 5년간 약 9조3000억원에서 10조원 규모의 추가 세수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이번 개편안이 시장 안정과 세수 확충 가운데 어디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더 필요해 보입니다.
국내 보유세 체계는 주요국과 비교해 복잡한 편입니다. 선진국 다수는 보유세를 비교적 단순한 비례 세율로 운용하고, 가액을 합산하기보다 개별 물건별 과세를 원칙으로 삼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프로포지션 13’처럼 취득 당시 가액을 기준으로 과세표준을 정하고 매년 산정가 인상률을 제한하는 제도도 있습니다. 주택 가격이 급등하더라도 고령층이나 은퇴자가 세 부담 때문에 오랜 거주지를 떠나지 않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한국은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 누진세율, 세 부담 상한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였습니다. 시가 40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강화하고 세부담 상한을 높이면 일부 실거주자의 세 부담이 단기간에 크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현금 흐름이 충분하지 않은 고령층과 장기 실거주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세제만으로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조세는 시장 가격을 왜곡하지 않는 중립성을 최대한 유지해야 합니다. 보유세를 높이더라도 거래세가 높고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면 매물이 늘기보다 시장이 더 경직될 수 있습니다.
임대차 시장에 미칠 영향도 살펴야 합니다. 경제학적으로 임대인에게 부과된 세 부담 일부는 임대료로 전가될 수 있습니다. 고가주택 보유자에게 부담을 높이는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그 영향이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임차인과 서민층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실거주 고령층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소득은 줄었지만 오랜 기간 거주한 주택 가격이 올라 세 부담이 늘어나는 사례가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단순히 주택을 처분하라는 신호를 주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과세 형평성과 거주 안정성을 함께 고려한 보완 장치가 필요합니다.
공시가격 산정과 이의신청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세제가 복잡하고 세 부담 변동성이 커질수록 납세자의 불만과 행정 부담은 함께 늘어납니다. 조세 제도는 정교해야 하지만 동시에 이해하기 쉬워야 합니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의 목표를 더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이 목표인지, 조세 형평성 제고가 목표인지, 부족한 세수를 보완하는 것이 목표인지에 따라 정책 설계가 달라져야 합니다. 목표가 분명해야 시장도 정책 방향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고가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을 높이는 것만으로 주택 가격이 안정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선순환을 원한다면 세수 확보와 시장 안정, 조세 형평성 사이의 균형을 다시 따져봐야 합니다.
거래세인 양도소득세와 취득세는 더욱 과감하고 지속적인 완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택 유통 물량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보유세는 국민 누구나 5년, 10년 뒤 자신의 세 부담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단순하고 안정적인 체계로 재설계해야 합니다. 그것이 조세 신뢰를 회복하고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를 앞당기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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