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보유세 인상 등을 핵심으로 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꺼내면서 윤종규 전 KB금융그룹 회장(사진)이 금융권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가 10개월 전 보고서를 통해 제안했던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서다. 야인으로 지내면서도 정부의 눈길을 끄는 정책 아이디어를 선보인 윤 전 회장의 다음 행보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재정경제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 개편안’의 부동산 부문을 살펴보면 윤 전 회장이 지난해 10월 쓴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 제언’ 보고서 내용과 상당부문 맥락이 맞아떨어진다. 윤 전 회장은 당시 ‘집 몇 채를 보유했느냐’보다는 ‘얼마짜리 집을 가졌느냐’에 초점을 두고 세제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정부는 이번 세제 개편에서 종합부동산세 세율 기준을 주택 수에서 주택가액으로 변경했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내년부터 공시가 21억원(시가 약 30억원)이 넘는 약 16만8000가구의 종부세 부담이 커진다.
윤 전 회장은 보고서 발간 직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 외곽이나 지방에 주택 두세 채를 가진 사람보다 훨씬 비싼 강남 아파트를 한 채 보유한 사람이 세금 혜택을 더 받는다”며 “집을 여러 채 소유해도 합산 가격이 낮다면 세 부담이 과도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에 적용한 비과세 혜택을 한도를 적용한 소득공제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제안도 이번 세제 개편과정에서 일부 현실로 됐다. 재정경제부는 초고가·비거주 1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보유특별공제’ 명칭을 ‘장기거주소득공제’로 바꾸기로 했다. 보유 연 4%, 거주 연 4%(각각 최대 40%)인 1가구 1주택자의 공제 구조가 거주 연 8%(최대 80%)로 변경된다. 공제 한도도 단계적으로 줄인다. 내년까지는 무제한이지만 2028년 20억원, 2029년 10억원으로 축소된다. 비거주 주택의 세 부담을 강화하면서 장기 거주자라도 주택 가격이 크게 뛴 사람이 과도한 비과세 혜택을 받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다만 12억원 이하 주택에 2년 이상 거주한 1주택자의 양도세는 지금처럼 면제된다. 윤 전 회장은 “양도 차익 규모를 기준으로 일정 한도까지만 공제하면 과세 형평성이 훨씬 개선된다”며 12억원 이하도 소득공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권에선 윤 전 회장이 보고서를 통해 제안했던 대출 규제 개선방안도 정부가 반영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그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담보인정비율(LTV)보다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중심으로 단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세대출은 청년·취약계층 중심으로 제한하고, 전세보증보험 가입 주체를 임대인으로 바꿔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윤 전 회장의 향후 진로를 두고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는 최근 KB금융 고문직에서 물러났다. 금융업계에선 윤 전 회장이 은행연합회 차기 회장에 도전할 가능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조용병 회장의 임기가 오는 11월30일 끝난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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