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부동산중개업소가 최근 3년 새 7200곳 넘게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개업소 여섯 곳 중 한 곳꼴로 문을 닫았다. 반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부동산 직거래는 3년 새 220배 이상 폭증했다. 부동산시장 침체와 별개로 부동산 중개시장이 기존 오프라인에서 인공지능(AI)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겨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서울시 생활밀접업종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서울 부동산중개업소는 3만6545곳으로 집계됐다. 2023년 1분기 4만3792곳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3년 동안 7247곳(16.5%)이 사라졌다. 시장이 이렇다 보니 한때 열풍이 분 공인중개사 시험 인기도 급격히 얼어붙었다. 지난해 공인중개사 1차 시험 응시자는 8만387명으로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와 경기 침체의 영향도 있지만 AI발 ‘에이전트(중개·대리) 수난 시대’가 열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프라인 거래 시장과 달리 온라인 플랫폼 당근마켓의 부동산 거래 성사 건수는 2021년 268건에서 2024년 5만9451건으로 220배 이상 증가했다.
공인중개사뿐만이 아니다. 최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지원자가 급감하는 등 에이전트 시장 전반이 AI 발전으로 일대 변혁을 맞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직 법적 책임에 관한 논란이 있지만 중개·대리 비즈니스에서 AI발 지각변동은 이미 시작됐다”며 “변호사도 법문 해석 수준의 업무 능력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시대”라고 말했다.

"매물만 소개하던 공인중개사…거래 책임지는 전문가가 돼야"
서울에서 20년째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해온 A씨는 “집을 보러 오기 전 이미 직방과 호갱노노, KB부동산 등 플랫폼에서 시세를 확인하고, AI(인공지능)를 통해 동네 분위기까지 파악하고 오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AI가 공인중개사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려주고 직거래가 늘어나니 중개업소 폐업이 느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는 게 A씨의 하소연이다.

공인중개사 시험 열기도 빠르게 식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공인중개사 1차 시험 응시자는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던 2021년 18만6278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후 2022년 17만6016명, 2023년 13만4354명, 2024년 9만8483명으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8만387명까지 줄어 11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불과 4년 만에 응시자가 60% 가까이 감소한 셈이다.

공인중개사 인기가 급락한 표면적인 원인은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 등에 따른 거래 절벽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거래 감소만으로는 현재 변화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본다. 거래가 회복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변수가 부동산 플랫폼의 등장이다. 기존에는 주변 시세 및 급매 정보, 개발계획 등이 공인중개사의 정보였다면 전문 플랫폼의 등장으로 더이상 이들의 독점자산이 아닌 세상이 됐다. 스마트폰을 켜면 몇 초만에 실거래가는 물론 시세, 학군, 교통, 재건축 가능성까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직거래도 빠르게 늘고 있다. 당근마켓의 부동산 거래 성사 건수는 2021년 268건에서 2024년 5만9451건으로 220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물 등록도 5243건에서 37만건 이상으로 폭증했다.
한발 더 나아가 플랫폼에 AI가 장착되면서 정보 제공 수준을 넘어 판단까지 대신해주고 있다. 직방의 대화형 AI 중개 서비스는 이용자가 조건을 입력하면 AI가 매물을 선별하고 비교해준다. 다방 역시 이용자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AI 추천 매물을 제공한다. AI는 사람이 며칠 동안 비교해야 할 매물을 몇 초 만에 추려내고 가격과 입지, 생활환경까지 함께 분석한다.
서울소재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토교통부도 최근 ‘제2차 부동산서비스산업 진흥 기본계획(2026~2030)’에서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프롭테크 산업 육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며 “부동산 시장에서 AI 확산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를 단순한 디지털화가 아닌 부동산 거래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평가한다. 김중길 국립금오공과대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인공지능 기반 부동산 플랫폼 거래의 현황과 법적 과제’에서 “AI 기반 부동산 플랫폼이 단순한 매물 검색을 넘어 맞춤형 매물 추천, 가격 예측, 자동가치평가(AVM), 시장 분석까지 수행하며 부동산 거래 전 과정을 지능화하고 있다”며 “단순 정보 제공 단계를 넘어 이용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AI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 공인중개사의 역할은 ‘매물을 찾아주는 사람’에서 ‘거래를 책임지는 전문가’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인중개사가 과거에는 단순히 매도인과 매수인을 소개시켜주는 역할이었다면, 지금은 매물 분석과 리스크 확인, 거래 보증하는 역할까지 서비스 수요가 다양해졌다”며 “AI를 활용한 부동산 직거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공인중개사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신뢰성과 서비스 확장 등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곽용희/유오상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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