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은 지금이 제일 저렴하다는데 구매하는 게 이득 아닌가요.”“가격 인상폭 보면 포모(FOMO·소외될까 두려워하는 심리) 오기 딱 좋아요.”
“올해 주얼리에 관심이 생겼는데 가격 인상이 너무 심하네요.”
“티파니가 까르띠에도 아니고 이 가격에 사는 게 맞나요.”
최근 명품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비슷한 내용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올해 주얼리에 대한 관심이 생겨 구매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올라 당황스럽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실제 롤렉스·까르띠에·다미아니·티파니앤코·반클리프아펠 등이 올해 한두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높아진 가격에도 수요는 꺾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의 명품 구매 트렌드가 유행을 피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디자인 변화가 없는 주얼리와 시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혼인율 반등도 한몫했다. 1990년대생의 결혼으로 예물 수요가 늘면서 주얼리·시계 판매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의 명품 주얼리 카테고리 매출은 60.6% 늘었고 명품 워치도 33.1% 올랐다. 롯데백화점 역시 5~7월 럭셔리 주얼리(시계 포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6.7% 증가했다.
주얼리와 시계 매출이 증가한 것은 한국뿐만 아니다. 세계 최대 명품 대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7월 27일 발표한 상반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줄어든 386억4400만유로, 순이익은 0.02% 감소한 56억9700만유로다. 패션·가죽제품 부문과 향수·화장품 부문 등의 매출이 감소한 반면 시계·보석류 부문 매출은 50억9000만유로에서 52억2500만유로로 2.7% 증가했다. 환율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9% 증가했으며 2분기 매출만 따지면 전년 동기 대비 11% 늘었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실적 발표에서 주얼리 브랜드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티파니와 불가리의 호실적이 2분기 성장을 가속화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쇼메, 태그호이어 등도 매출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LVMH는 주얼리 고급화에 집중하고 있다. 고급화에 성공하면 가격 인상 정당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LVMH는 티파니 이미지 개선을 위해 최근 할리우드 배우 나탈리 포트만을 브랜드 모델로 발탁하며 마케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시계·주얼리로 가장 유명한 스위스 명품 회사 리치몬트그룹은 2027 회계연도 1분기(2026년 4~6월) 63억2900만유로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7% 성장했다.
주얼리 부문이 호실적을 견인했다. 주얼리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21% 증가한 47억3200만유로다. 리치몬트는 까르띠에, 반클리프앤아펠, 부첼라티 등을 보유하고 있다. 시계 부문도 6% 성장한 8억7300만유로를 달성했다. 시계 브랜드로는 피아제, 파네라이, 예거 르쿨르트 등이 있다.
리치몬트는 “그룹 4대 주얼리 브랜드인 부첼라티, 까르띠에, 반클리프앤아펠, 베르니에 합산 매출이 전년 대비 24% 증가하며 7분기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모든 브랜드, 지역, 채널에서 매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유럽 금융회사인 케플러 쇠브뢰는 “리치몬트 브랜드가 주얼리와 워치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현재 명품 시장에서 해당 카테고리가 매우 큰 강세”라고 설명했다.
출생도 증가했다. 1~5월 출생아 수는 12만269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 늘었다. 전국 모든 시·도에서 출생아 수가 증가했다. 특히 서울과 부산에서 각각 18.0%, 16.0% 급증했다.
구매력이 높은 수도권과 부산 등 일부 지역의 혼인·출생이 주얼리·시계 매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혼인 증가는 예물 수요 확대로 직결된다. 웨딩밴드, 명품 시계 등 고가 제품 소비가 늘기 때문이다. 출산 기념 주얼리 등을 구매하는 수요도 주효하다.
환율도 중요하다.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여전히 1400원대에 머물고 있다. 고환율로 면세 혜택이 줄어들고 해외 구매 이점이 사라지자 주얼리 수요가 국내 백화점으로 집중되고 있다.
여기에 국제 금값 상승을 이유로 브랜드의 가격 인상까지 반복되자 ‘지금이 가장 저렴하다’는 이유로 구매가 늘고 있다. 국제 금값은 올해 초 온스당 5000달러를 돌파하며 크게 치솟았지만 점차 안정되면서 4000달러 초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금값이 내려도 브랜드는 가격 정책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제품 가격을 인하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 기준으로는 명품 소비 트렌드 변화와 안정적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점이 카테고리 성장을 이끌고 있다.
의류와 가죽 제품(가방 등)은 시즌과 유행에 따라 트렌드가 수시로 바뀐다. 최근 패션업계의 트렌드 변화가 빨라지면서 교체 시기도 단축됐다. 반면 주얼리와 시계 디자인은 해가 지나도 변하지 않아 제품 가치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생산 수량이 정해진 경우 중고 가격이 크게 뛰기도 한다. 장기적으로 착용이 가능할 뿐 아니라 재테크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올해 주얼리와 시계 시장이 크게 성장한다고 내다봤다. 최근 바클레이즈는 LVMH의 올해 주얼리 시계 부문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7%에서 8%로 상향 조정했다. 당초 예상치인 3%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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