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순식간에 답을 찾아주는 시대에도 학교는 여전히 정답을 외우고 시험을 잘 보는 법을 가르친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가짜 공부의 종말>은 이런 교육의 모순을 정면으로 지적하며,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공부가 아니라 '배움의 방식'을 바꾸는 일이라고 말한다.
공교육 교사 출신인 저자 아나 로레나 파브레가는 아이들이 공부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라는 시스템이 호기심보다 순응, 탐구보다 정답 맞히기를 보상한다고 진단한다. 책은 일론 머스크가 2014년 스페이스X 본사에 세운 실험학교 '애드 아스트라'에서 시작된 교육 실험을 소개한다. 이후 이 교육 철학이 교육 플랫폼 '신서시스'로 확장되는 과정도 함께 살펴본다.
"당신은 화성에 인류 최초의 도시를 건설해야 한다"는 과제를 받은 학생들은 교과서를 펴는 대신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지 토론하고, 가상의 도시를 운영하거나 우주 식민지를 설계하며 문제를 해결한다.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협력하고 판단하는 과정 자체가 배움이 된다.
저자는 이러한 '러닝 게임(Learning Game)'이 AI 시대에 필요한 배움의 모델이라고 주장한다. 프로젝트 기반 학습 등 기존 교육 혁신 담론과 맞닿아 있지만, 실제 교육 현장의 사례를 풍부하게 담아 설득력을 높인다. 학교가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이기는 법'이 아니라 '배우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저자의 문제의식은 사교육 경쟁이 치열한 한국 교육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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