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 마시고 질리는 와인은 그만"…브리갈다라의 아마로네 [정소람의 와인 스캐너]

입력 2026-08-06 14:50  

"한 잔 마시고 질리는 와인은 그만"…브리갈다라의 아마로네 [정소람의 와인 스캐너]


“진하고 달콤한 와인은 한 잔 이상 마시기 힘들죠.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질리지 않고 한 병을 다 비우게 만드는, 마시기 쉬운 (Easy to Drink)' 아마로네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탈리아 베네토의 와이너리 ‘브리갈다라(Brigaldara)’의 오너 안토니오 체사리(사진)는 지난 4일 "특정한 음식과의 페어링에만 돋보이는 와인이 아니라,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와인을 생산하는 게 목표"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날 수입사인 신세계L&B가 주최한 미디어 시음회에 직접 참석했다.

브리달가라는 이탈리아 베네토 지역 발폴리첼라에 위치한 100년 역사의 가족 경영 와이너리다. 1929년 체사리 가문은 이 지역에서 포도를 판매하는 농가로 시작해 1979년부터 와인을 자체 생산해 왔다. 현재는 매년 30만병을 생산해 전세계로 수출하며 대표적인 이탈리아 가족경영 와이너리로 자리 잡았다.

브리갈다라는 단일 포도밭에 갇히지 않고 발폴리첼라의 3대 핵심 구역인 클라시코(Classica), 발판테나(Valpantena), 동부(Orientale)를 아우른다. 고도, 토양, 일조량, 산림 환경이 각기 다른 미세 테루아(Micro-terroir)를 구획별로 정밀하게 다듬어 와인을 조화롭게 만들기 때문에 현지에서는 '발폴리첼라의 앤솔로지(모음집)'로 불린다.1990년생인 안토니오 체사리는 대학 재학 중이던 2011년부터 부친 스테파노와 함께 이곳에 합류했다.


이들이 만드는 대표적인 품종이 아마로네다. 아마로네는 통상 포도를 말리는 아파시멘토(Appassimento) 과정을 거쳐 만들기 때문에 리터당 10~12g의 잔당이 남는다. 그만큼 목넘김이 진득하고 단 맛이 많이 나는 편이다. 반면 브리갈다라는 당분을 2g 안팎으로 대폭 낮췄다. 체사리는 "알코올보다 인체에 해로운 것이 당(설탕)"이라며 "혀에서 은은한 단맛은 말린 포도의 농축미가 주는 착각일 뿐, 실상은 드라이한 와인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에 대비한 와이너리의 전략도 남다르다. 보통의 포도밭이 해발 100m 안팎에 위치한 것과 달리, 브리갈다라는 1994년 해발 450m 고지대에 방치되어 있던 ‘까세 베체(Case Vecie)’ 밭을 개간하고 방풍림을 정비하는 모험을 감수했다.

체사리는 "해일이나 가뭄처럼 모든 것을 파괴하는 극단적인 기후 변화 속에서도, 고지대의 서늘한 바람과 큰 일교차는 포도가 빠르게 익어버리는 위험을 막아준다"며 "천천히 익은 포도는 독특한 스파이시한 풍미와 풍부한 산도의 균형을 지켜낸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법정 최소 숙성 기간(24개월)의 두 배인 '최소 4년 숙성'을 고수해 출시 직후 바로 마셔도 밸런스가 조화롭게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이날 시음회에서는 화이트 와인인 소아베를 시작으로 발폴리첼라, 리파소, 그리고 각기 다른 테루아에서 수확한 아마로네 3종 등 총 6종의 라인업이 차례로 소개됐다. 이들 와인을 관통하는 공통 키워드는 '드라이함'과 혀 끝에 남는 짭짤한 '미네랄리티'였다. 특히 아마로네의 경우 다른 젶무들과 달리 단맛이 덜하고 목넘김이 조금 더 편안하게 다가왔다. 산미가 전반적으로 느껴졌지만 타닌은 튀지 않았다.

체사리는 앞으로도 시장의 변화에 맞춰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는 와인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1세대가 아마로네라는 이름 자체를 세상에 알렸다면, 우리 세대의 역할은 더 가볍고 프레시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으로 시대를 설득하는 것"이라며 "소비자의 트렌드에 발맞춰 로우·논알코올 와인을 선보이는 것도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와인 양조자이기 이전에 농부"라며 "보르도 지역 산불 등 유럽이 기후 위기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농부의 정신으로 어려움을 지혜롭게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시음회 테이스팅 노트.
    브리갈다라 소아베 2024 (정상가 44,000원): 가르가네가 100%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다. 포도를 얼린 상태에서 압착해 산화를 막고 아로마를 극대화하는 '크리오마세라시옹' 공법을 적용했다. 카모마일, 복숭아, 시트러스 향이 돋보이며, 소비뇽 블랑의 싱그러운 허브 향과 샤르도네의 묵직함 사이에서 밸런스를 보여준다. 브리갈다라 발폴리첼라 수페리오레 까세 베체 2021 (정상가 59,000원): 해발 450m 고지대 단일 밭의 포도를 슬라보니안 오크 배럴에서 1년 숙성했다. 체리 향 뒤로 발사믹, 바닐라, 스파이시한 노트와 함께 은은한 짠맛이 스친다. 삼겹살을 포함한 한식과도 뛰어난 조화를 이루는 '그랑 크뤼'급 데일리 와인이다. 브리갈다라 발폴리첼라 리파소 수페리오레 2023 (정상가 67,000원): 아마로네를 만들고 남은 포도 껍질에 발폴리첼라 와인을 넣고 다시 발효하는 '리파소' 공법을 사용했다. 진한 자두 향과 이국적인 꽃향기, 마지팬 향이 짭짤한 미네랄리티와 어우러지며, 일반 발폴리첼라보다 진하고 아마로네보다는 부담 없는 화려한 과실 풍미를 선사한다. 브리갈다라 아마로네 까볼로 2020 (정상가 125,000원): 석회질 토양의 해발 250m 까볼로 밭에서 자란 포도를 120일간 건조해 만든다. 오전에 따스한 햇살을 받고 저녁의 서늘한 바람으로 식혀진 덕분에 타닌이 부드럽고 둥글다. 과일잼과 건포도, 바닐라 아로마가 벨벳 같은 질감과 어우러져 가장 편안하게 다가온다. 브리갈다라 아마로네 클라시코 2019 (정상가 175,000원): 마라노 계곡 초입의 모태 포도밭에서 수확한 와인이다. 지표면 아래 1m 깊이의 자갈과 돌로 채워진 토양이 강한 햇빛 속에서도 산도를 지켜냈다. 붉은 베리류와 잔잔한 플로럴 아로마, 쌉쌀하면서도 드라이한 여운이 긴 잔향을 남긴다. 브리갈다라 아마로네 까세 베체 2018 (정상가 192,000원): 10월 중순 늦수확한 고지대 포도로 만들어 소형 바리크 2년, 대형 슬라보니안 오크통 2년 등 총 4년의 숙성을 거친 하이라이트 와인이다. 말린 크랜베리와 무화과, 시나몬, 담배 향이 정교하게 얹혀 있으며, 서늘한 산미와 미세한 짠맛이 인상적인 피니시를 완성한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