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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새벽 5시, 경기 용인시 원삼면의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 진입로. 어둠이 채 걷히지 않았지만 덤프트럭과 레미콘, 공사 작업자들을 태운 승합차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인근 주차장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차량으로 꽉 차 있었다. 이곳에선 평일과 주말의 경계가 사라진 지 오래다.
2019년 SK하이닉스가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한적한 농촌 마을이던 이곳은 최첨단 산업 거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쉬지 않고 공사하고 있다”며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골조가 올라가 있어 매일 출근하는 우리조차 놀랄 정도”라고 했다.
투자 규모가 600조원에 달하는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팹 4기)의 완공 목표 시점은 2033년이다. 애초 계획(2045년)보다 무려 12년을 앞당겼다.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수요 폭증에 따른 극심한 공급 부족에 대응해 메모리 생산능력을 조기에 확충하기 위해서다. 1기 팹 공사 현장에선 내년 2월 클린룸 개방을 목표로 타설 작업과 철골 조립이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다.
주변 지역 경제는 들썩이고 있다. 원삼면 일대 원룸 월세와 인건비가 급등했고, 식당과 편의점 등 인근 상권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비슷한 시각, 삼성전자 경기 평택캠퍼스 P5 현장 역시 천지개벽 중이었다. 2023년 반도체 업황 악화 여파로 공사가 일시 중단된 P5 현장은 AI 수요 폭증에 맞춰 지난해 말 공사를 본격 재개했다. P5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낸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라인이 집약된 초대형 공장이다. 삼성전자는 2028년 팹1, 2029년 팹2를 차례로 가동해 평택을 세계 최대 AI 반도체 통합 생산 거점으로 조성한다는 목표다.
두 반도체 공룡이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하며 증설 속도전을 벌이는 것은 글로벌 AI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마이크론과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경쟁사 역시 대규모 증설 투자에 나서며 메모리 공급 능력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팹 신설 속도전은 단순한 설비 확대를 넘어 글로벌 AI 메모리 주도권을 사수하기 위한 사투로 평가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기준 올 2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9%로 1위를 지켰고, SK하이닉스(26%)와 마이크론(25%)이 1%포인트 차로 초박빙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CXMT는 점유율 7%로 추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SK의 대규모 투자는 국내 건설 경기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선순환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강해령/평택=원종환 기자 hr.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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