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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도 불안, 없으면 초조…우리들의 '블루'스

입력 2026-08-07 17:54   수정 2026-08-19 16:29


수치로만 보면 한국 경제는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988억9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62.8%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8%에 달했다. 한국은 ‘반도체 특수’로 그 어느 때보다 부유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정작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은 편치 않다. 우울증 환자는 역대 최다이고,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주식, 부동산, 세금, 정치 등 이른바 ‘4대 블루(우울)’가 한국인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결과다.


7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달 실시한 설문에서 향후 1년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37%로 ‘좋아질 것’이라는 답(34%)을 웃돌았다. 이 조사에서 올 들어 처음 ‘비관’이 ‘낙관’을 앞섰다. 살림살이도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자가 26%로 ‘좋아질 것’(23%)보다 많았다. 악사와 입소스의 올해 정신건강지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 58.5점을 기록해 18개국 중 17위였다. 국내 우울증 환자는 지난해 역대 최다인 110만 명에 이르렀다.

불안감이 가장 크게 드러난 곳은 증시다. 강도형 강도형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주식 관련 스트레스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체감상 1년 전보다 두세 배 늘었다”고 했다. 유가증권시장 역사상 모두 15차례였던 서킷브레이커가 올해에만 9차례 발동될 만큼 증시 변동성이 극심한 영향이 컸다. 회계업계 임원 A씨는 주식 투자 때문에 최근 식사 자리에서도 수시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A씨가 투자한 SK하이닉스 등 주식의 평가손실은 한때 20억원에 달했다.

부동산 스트레스도 높아졌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5억9489만원이었다. 집 없는 사람이 근로소득으로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있다는 기대가 완전히 무너졌다. 그렇다고 집 있는 사람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지방에서 서울로, 서울에선 비강남권에서 강남권으로 이동하려는 소위 ‘상급지 갈아타기’가 불가능해진 영향이다. 서울 목동에 사는 B씨는 “강남 집값이 급등하고 대출은 안 나와 강남 입성을 포기했다”고 했다.

정치에 대한 불만도 커졌다. 여야 할 것 없이 강성 지지자 위주로 ‘세몰이’를 하면서 국민 다수의 정서와 점점 멀어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입추인 7일 서울 최고기온이 40도를 넘는 등 사상 최악의 폭염까지 겹쳤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주식·부동산 가격과 정책이 급격하게 바뀌고 이를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는 상태가 스트레스를 키운다”고 말했다.

안재광/김영리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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